네가 그곳에 간다면 나도 갈께
그날 이후, 우리는 부쩍 더 가까워졌다.
하지만 그는 곧 떠날 사람이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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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날, 학교 앞에서
전에 함께 다니던 언니를 우연히 만났다.
오랜만이라 반가운 마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언니가 물었다.
언니 : “학교 끝나고 시간 되면, 날씨도 좋은데 근처 공원에서 점심이나 먹을까?”
나 : “좋아요. 이따 끝나고 여기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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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나고 언니를 다시 만났다.
다른 친구들도 하나둘 모여들었다.
학교 앞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데,
그가 수업을 마치고 나와 혼자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나 : “잠시만요, 저 친구한테 인사하고 올게요.”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나 : “오늘 수업 시간에 피곤해 보이던데, 무슨 일 있어?”
그 : “아니, 그냥 생각할 게 좀 많았을 뿐이야.”
조금 지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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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언니가 다가왔다.
언니 : “누구야? 새로운 친구?”
나 : “네, 새로운 반에서 알게 된 친구예요.”
언니 : “그럼 같이 점심 먹으러 가면 되겠다. 어때?”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거절할 줄 알았던 나는 조금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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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음식을 사서 공원으로 향했다.
이야기도 나누고, 게임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여유롭다.
‘학생’이란 이런 건가—
혼자 조용히 생각하고 있는데,
그가 내 옆에 앉더니 가볍게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조금은 더 가까워진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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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모두가 집으로 돌아간 후,
언니와 카페에 들렀다.
언니가 갑자기 물었다.
언니 : “아까 그 친구, 그냥 친구 아니지? 뭐 있는 거지?”
나 : “아니에요. 그냥 좀 내성적인데, 최근에 자주 보니까 편해져서 그런 거예요.”
언니 : “아니던데? 눈빛이 너한테 관심 있어 보이던데.”
나 : “에이, 아니에요. 그리고 곧 농장에 가야 해서 떠나요.”
언니 : “그래? 잘 어울렸는데 아쉽다.
다음 주에 우리 집 주인이 여행 가서 파티가 있을 거거든?
괜찮으면 너도 그 친구랑 같이 와. 파티는 사람이 많아야 제맛이지.”
나 : “그래요? 한 번 물어볼게요. 워낙 낯을 가려서 올지는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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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나는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어쩌면, 연락할 구실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답하지 않았다.
조금 실망한 채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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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그에게서 답장이 와 있었다.
그 : “네가 그곳에 간다면, 나도 갈게.”
그 짧은 한 문장이
왜 그렇게 떨렸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