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어딘가에서 다시만나 9

몰랐던 마음

by Mimi

파티가 열리던 날, 친구들이 하나둘 그녀의 집으로 모였다.

기숙사와 아파트에서만 지내던 나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했다.

조금 외곽에 위치한, 넓은 풀장이 있는 하우스. 그 앞 긴 식탁에 앉아 처음 보는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웃으며 이야기했다.


맛있는 음식과 시끌벅적한 대화 속, 문득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늘 이런 자리에서는 내 옆을 지키던 그가, 오늘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다른 친구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잘 어울리는 모습이 낯설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를 찾는 나를 발견했다.


‘이상한 기분이야.’

우린 분명 친구고, 그는 곧 떠날 사람인데.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면 되는 건데.


파티가 무르익을 무렵, 새로운 한국인 남자가 들어왔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그가 내 옆으로 다가와 물었다.


“혹시 여기 앉아도 되나요?”

“아, 네. 괜찮아요.”

“혹시… 나이가?”

“저, 보기보다 조금 많아요.”

“그럼 그냥 누나라고 불러도 되죠? 누나는 여기 왜 오셨어요? 학생이세요?”

“주말에만 일하고 평일에는 어학원 다니면서 공부해요.”

“우와… 벌써 일도 하고 계신 거예요?”

“그냥 운이 좋았죠, 뭐.”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꽤 길었다.

그는 내 옆에 앉아 이것저것 물어보았고, 나도 대답하며 웃었다.

술기운이 오르며 졸음이 살짝 밀려왔고, 나는 슬슬 집에 가야겠다 했다.


“같이 가요. 저도 근처 살아요. 술이 좀 취하신 것 같은데 데려다 드릴게요.”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사키가 다가와 물었다.


“취했어?”

“조금? 기분이 좋은 정도야.”


그 순간, 그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우연히 나와 사키, 그리고 처음 만난 한국인 남자,셋의 집 방향이 같아 함께 가게 됐다.

한국인 남자는 춥다며 내게 옷을 건네주고, 가방까지 들어주었다.

걸음을 옮기다 내가 휘청이자,


“누나, 많이 취한 것 같은데… 저 잡아요.”


“아니 괜찮아요. 그냥 기분이 좋아서 그래요.”

그가 나를 부축하려 하자, 갑자기 사키가 내 팔을 잡았다.


“내가 부축할게. 너는 가방 들어.”


순간, 가슴이 살짝 떨렸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그는 내 옆에 앉아 계속 말을 걸었다.

그 앞자리에 앉은 사키는 묵묵히 창밖을 보았다.


도착할 무렵, 사키가 먼저 내렸다.

그가 말했다.


“누나는 내가 데려다 줄게. 너도 조심히 가.”


사키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내게만 말했다.


“위험하니까 조심히 들어가. 알겠지?”


그와 나, 단둘이 집으로 걸었다.

속으로 사키가 조금 미웠다.

그렇게 걱정된다면, 본인이 데려다 주지…


집 앞에 도착해, 그에게 조심히 가라 인사하고 들어왔다.

잠시 후 사키에게 연락이 왔다.


“잘 들어갔어?”

“응. 잘 들어왔어. 너도 잘 갔지?”

“응. 내일 학교에서 보자.”


나는, 뭘 기대한 걸까.

조금 서운한 마음을 안고 잠들었다.


그리고 먼 훗날 알았다.

이날이, 그가 나를 ‘친구’로만 보지 않게 된 날이었다는 걸.

질투가 났지만, 한국어로 꽤 오래 대화하는 나와 그를 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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