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새벽의 경계는 어디일까? 빛이 사라진 도시의 거리는 어젠가부터 표정을 잃었다. 조용히 흐르는 새벽 공기는 차갑고, 어딘가 아프게 느껴지는 네이비 색감을 닮았다. 이 도시는 참 어색하다. 휑한 거리, 사람 하나 없는 고요 속에서 나는 어느새 익숙함을 느낀다.
시곗바늘은 안단테의 속도로 흐른다. 이 시간대만큼은 나의 정신이 멀쩡해진다. 고요 속에서 사로잡히는 건 단테의 지옥 문장과 칸트의 무거운 철학이다. 마치 그것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워 이 시간을 지탱해 주는 듯하다.
하지만 결국 나는 자그마한 꼬맹이에 불과하다. 거창한 철학이나 무거운 사유 속에서도 내 안의 작은 아이는 여전히 꿈을 꾼다. 현실과 운명이 품에 새겨져 있어도, 가진 것은 고독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그 꿈은 더 선명해진다.
새벽은 나에게 특별하다. 세상과 멀어지는 순간이자 나 자신에게 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 시간이다. 낮 동안의 소음과 어수선함 속에서 외면했던 것들이 새벽이 되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네이비 빛깔의 하늘 아래, 나의 고독은 잔잔한 파도처럼 가라앉았다가 다시 밀려온다.
고독은 내게 무엇일까? 때로는 친구처럼 다정하고, 때로는 그림자처럼 날 잠식한다. 하지만 이 시간만큼은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고독 속에서 나는 생각하고, 쓰고, 꿈을 꾸며 나아간다.
어쩌면 이 모든 순간은 스쳐 지나가는 찰나일 뿐일 것이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새벽의 고요 속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고독은 나의 운명이자, 내가 품은 가장 깊은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