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화면의 희미한 불빛이 새벽의 어둠 속에서 흔들린다. 무심코 시간을 확인하니, 이미 1시를 훌쩍 넘겼다. 잠들지 못한 도시의 한 구석에서 이 고요한 시간은 내게 특별한 질문들을 던진다. 하루와 하루 사이에 걸쳐 있는 이 새벽은, 어중간한 경계선 위에서 나를 가장 깊은 곳으로 이끄는 시간이다.
새벽은 경계의 시간이다. 어둠과 빛이 공존하며, 잠든 세계와 깨어 있는 세계가 조용히 맞닿는다. 그 경계 위에 서 있는 나는 마치 한 발은 어제에, 다른 한 발은 오늘에 딛고 있는 듯하다. 이 시간의 특별함은 그것이 아무리 짧아도 우리의 생각을 끝없이 확장시킨다는 데 있다. 세상이 잠들어 고요한 이 순간, 내 안에서는 오히려 가장 복잡한 움직임이 일어난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나의 시간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내가 바라보는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같은 질문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머리를 스친다.
행복이란 어쩌면 이런 새벽에 가장 잘 드러나는 감정인지도 모른다. 잠시 떠오르는 누군가의 얼굴, 혹은 짧은 미소 하나가 이 고요 속에서 선명히 빛난다. 그러나 그 빛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행복은 잡으려 하면 미끄러지고, 붙들지 않으려 할 때 오히려 다가오는 것 같다. 새벽은 그런 행복의 본질을 닮았다. 붙들어 두고 싶지만, 시간은 언제나 흘러가고야 만다. 그리고 그 흘러감 속에서 비로소 새로운 하루를 맞이할 수 있다.
새벽의 철학은 단순하다. 모든 것이 멈춘 듯 보이지만, 이 순간조차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우리 삶도 그렇다. 시간 속에 살아가며 결국엔 모든 것을 지나쳐야 한다. 하지만 이 순간을 살아내는 일, 흘러가는 와중에도 무언가를 느끼고 붙드는 일은 결코 헛되지 않다. 새벽은 늘 우리에게 묻는다. "이 짧은 밤 속에서 너는 무엇을 발견했는가?" "네가 지나온 하루는 어떤 의미를 남겼는가?"
나는 오늘도 조용히 기도한다. 이 경계의 시간들이 내게 무언가를 속삭여 주기를. 흘러가는 것들 속에서 소중한 것을 붙들 수 있기를. 우리가 만나는 모든 순간이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영원으로 남기를.
새벽은 흘러가지만, 그 안에서 나의 마음은 내일을 준비하며 여전히 깨어 있다. 어둠이 걷히고 빛이 시작될 때쯤, 나는 이 경계의 시간에서 얻은 생각과 감정을 품고 새로운 하루를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