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의 새벽은 늘 묘하다. 누군가에겐 설렘을, 또 누군가에겐 평화를 건네며 하루를 마감한다. 친구들이 내일을 꿈꾸며 달리다 지쳐 멈출 즈음, 오늘이라는 시간은 그저 지나간 흔적이 된다. 그렇게 흔적이 쌓이고, 우리는 그 흔적 위에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밖으로 나가자니 떠오르는 장면은 언제나 똑같다. 익숙한 거리, 흔한 풍경, 반복되는 공기. 하지만 이 익숙함이 오히려 나를 붙잡는다. 반복된다는 것은, 그것이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내 곁에 있다는 증거이니까. 반대로 잠들자니 이 시간의 고요함이 아깝다. 결국 나는 방 안에 머문다. 익숙한 침대, 가까운 벽. 이곳은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주는 공간이다.
뒤척이며 무언가를 고민한다. 지나온 일들, 다가올 내일, 그리고 지금. 새벽이라는 시간은 묘하게도 무거운 생각들을 가볍게 만들어 준다. 깊은 고독 속에서 우리는 결국 평화를 발견한다. 그 평화는 해결이 아닌 수용에서 온다. 모든 고민과 갈등이 잠시나마 나를 뒤덮지 않을 때, 새벽은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그 모든 것들은 네가 느끼는 대로 두어도 괜찮아.”
내 방 창가에 앉아 밤을 풍경화로 그려본다. 불빛이 번지는 거리, 고요히 흐르는 공기, 그리고 그 안에 앉아 있는 나. 이 순간은 그저 순간에 머물러 있지만, 바로 그 순간이 가장 온전한 나를 만든다. 어쩌면 우리는 항상 뭔가를 찾아 헤매지만, 진짜 필요한 건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는 용기일지도 모른다.
내일의 걱정은 내일의 나에게 맡겨도 괜찮다. 새벽은 그저 이렇게 말한다. “지금 충분하지 않니?” 나는 두 다리를 쭉 뻗고, 이 고요 속에서 나를 느낀다. 평화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모든 갈등의 한복판에서도 자신을 받아들이는 순간, 그것이 평화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충분히 평화롭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