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날

#1. 11월5일 대흥사 단풍, 달마고도 아름다운 절 미황사

by 채선후

파란 하늘과 볕이 완연한 가을이다. 모처럼 떠나보고 싶었다. 아니 만나보고 싶었다.

가을이 왔는지, 단풍이 들었는지. 매일 오가는 길에는 계절이 보이지 않아서다.

계절의 풍경을 만나고 싶었다.

오전 10시가 되어 해남 대흥사로 향했다. 나처럼 모처럼 떠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대흥사 입구에서는 미남축제를 알리는 프랜카드가 붙어 있었다. 잘생긴 미남보다 맛있는미( 味) 축제 행사였다. 국화로 코끼리, 기린, 공룡으로 단장한 국화 축제도 열리고 있었다. 대흥사 입구로 들어갔다. 단풍이 붉게 꽃처럼 물들어 있었다. 아름다운 가을을 놓치기 싫은지 단풍빛 아래 사진을 찍었다.

난 그 풍경이 더 없이 보기 좋아 보았다. 두고두고 오랜 시간 후에도 기억을 단풍빛으로 기억하게 될 사진이 될 테니까. 대웅보전에 삼배를 올렸다. 얼마 만에 와 본 대흥사인가. 아니 얼마만에 법당에 앉아 보는가.

대흥사는 아이들 유치원 다닐 때 와 보고 처음이었다. 바삐 걸었다. 숨어 있는 가을빛을 찾아내려는 듯 살펴보았다. 대흥사를 둘러 보고 작은 숲길을 걸었다. 저절로 물들어가는 단풍이 볼수록 참으로 아름다웠다. 자연의 바람과 햇볕으로 아름다운 빛을 뿜어내는 색채가 경이로웠다.


대흥사를 나와 곧바로 미황사로 향했다. 미황사는 입구에서 108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했다. 일주문에는 윤장대가 있었다. 윤장대를 보니 목아박물관의 화려한 윤장대가 생각났다. 윤장대를 지나 법당으로 들어갔다. 대웅전은 공사중이었다. 임시 법당에서는 스님의 독경 소리가 경내를 울렸다.목탁소리와 함께 사찰에 울려 퍼지 있는 독경소리가 듣기 좋았다. 스님의 독경소리에 그간 무겁게 쌓인 업이 녹는 거 같았다. 독경소리와 법당아래 펼쳐진 낮은 산들과 바다가 아름다웠다. 누각 위에 법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손바닥만한 돌에 부처님을 그려 모셔놓았는데 돌이 몇 개나 될까. 나는 세어 보지 않았지만 돌에 부처님을 그리고 하나 하나 벽에 모셔 놓은 분의 깊은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깊은 신심이며 정성인가. 정성이 더한 아름다운 빛은 크고 웅장하고 화려하지 않아 눈에 금방 띄지 않는다. 석가여래의 감은듯 만듯 지긋한 눈으로 보아야 깊은 곳까지 보인다.누각의 사각 창을 열고 들어온 멀리 먼 풍경을 보았다. 달마대사가 미황사에 온 이유를 궂이 어렵게 답하지 않아도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산과 하늘이 그리고 있는 풍경이 말해주고 있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이는 시끄럽게 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