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날 #7. 두개의 언덕

#7. 두 개의 언덕

by 채선후

벼 베어진 갈빛 마른논이 환한 아침이다. 어제처럼 농로길에 낡은 트럭이 지나간다. 논둑 사이로 볕이 들지 않은 곳에서 허얀빛이 보인다. 가만히 보니 서리다. 서리가 내려 앉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반가웠다. 골진 곳은 녹지 않은 서리가 반짝인다. 볕이 드는 논 한가운데는 서리가 녹아 마른풀이 더욱 짙게 보인다. 한 곳에서도 두 개의 언덕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녹고, 녹지 않는. 반짝이는 곳과 그렇지 않은. 짙게 보이고 그렇지 않은, 그런 두 개의 언덕.


월드컵 축구경기가 한창이다. 우리 선수들이 공을 몰며 골대를 향할 때는 힘차게 손바닥을 쳤다. 아쉽게 골이 들어가지 않자 나도 모르게 바닥을 쳤다. 축구 경기 하나로 텔레비젼 앞에서 대한민국을 외쳤다. 손흥민 선수가 부상으로 마스크 쓰고 뛰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포르투갈과 경기에서는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후반전 추가시간 6분이 주어지면서 손흥민 선수가 드리블하며 달렸고 황희찬 선수가 골을 넣었다. 모두 미치도록 환호했다. 반면 우루과이 선수는 울먹였다. 가나와의 경기에서 2골을 넣어 이겼지만 16강 진출은 우리에게 밀렸기 때문이다. 울고, 웃는 두 언덕. 축구 경기를 보는 동안 참 많은 언덕을 골지게 보았다. 우리는 아쉽게 브라질과 경기에서 패했다. 이로써 월드컵 경기는 종료됐다. 선수들 모두 잘 싸웠다. 며칠 동안 축구 응원을 하며 행복했다. 오늘 아침에도 집 앞 논에는 골진 곳에 두 언덕이 보인다. 한 언덕에서는 하얀 서리가, 반대편은 햇볕을 받은 거무데데하게 마른 풀이 반짝인다.


다른 작품 원고 마감 때문에 브런치 글을 올리지 못했다. 오늘 아침에 브런치 알림이 떴다.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글을 자주 올려주세요.' 얘가 어떻게 글을 올리 않은 걸 알았지? 놀라웠고 신기하기도 했다. 기계의 지능이 사람을 넘어설 거 같은 두려움도 들었다. AI 알고리즘은 두 개의 언덕을 알고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채선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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