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에 내려와 살면서 적잖이 위로가 되는 장소는 남도국립국악원이다. 아기자기한 귀성 앞 바다가 보이는 여귀산자락 명당 자리에 잡은 곳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터라 매주마다 친구 만나러 가듯 국악원 공연을 찾는다. 국악원 가는 길은 작지만 아담하다. 가는 길에 떨어져 있는 계절의 색감과 바다 풍경은 육지것 며느리인 내게 잔잔한 선물이 되어 준다. 오늘은 고인이 된 박병천 명인 15주년 추모공연으로 이백 여명 박병천류 진도북춤 보존회원이 무대에 오른다고 하여 기대가 되었다. 읍사무소에서 셔틀 버스를 탔다.
겨울비가 소소히 내렸다. 국악원 로비에는 사람들이 평소 보다 많았다. 공연은 5시 시작이다.
첫 무대는 세한대학교 전통연희과 학생들의 경기·충청 농악 연주였다. 힘찬 꽹과리와 장구장단, 경쾌한 태평소 소리가 신선했다. 대학생들인데도 당차고 힘있게 가락을 뽑아냈다. 열두발 상모 돌리기도 멋지게 잘 했다. 무동을 어깨에 태우는 무동놀이도 멋졌다. 학생들의 박진감 넘치는 공연이 앞으로도 줄기차게 이어가길 바랬다. 참으로 어깨가 들썩여졌다. 다음은 진도 씻김굿 중에서 이슬털기를 거쳐 교방검무, 비상 춤공연, 고깔소고춤, 살풀이춤, 어린이 6명이 연주한 어린이 진도북춤으로 이어졌다. 서울에서 진도북춤을 배우고 있다는 초등학생들인데 대견스러웠다. 다음은 마지막 공연 진도북춤 순서였다.
진도북춤은 어깨에 북을 메고 허리를 고정하여 두 손에 북채를 들고 춤을 추는데 과한 손동작은 크지 않다. 쿵쿵 힘차기 울리는 북소리와 섬세한 손동작이 어우러진 춤사위가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사회자는 이백 여명이 무대에 오른다고 하여 무척 기대가 되었다. 이백 명이 북을 두드리는 소리가 몹시 궁금했다. 드디어 막이 올랐다.
둥둥둥 둥 둥 쿵쿵쿵. 힘차게 북이 한데 어우러져 또 다른 북소리를 이루었다. 가히 장관이었다. 한 해 동안 두터워진 마음의 찌꺼기가 찢겨져 풀어지는 소리였다. 나는 크게 북장단에 맞춰 박수를 쳤다. 웅장했다. 오늘의 공연은 두고두고 아름다운 공연으로 기억할 것이다.
공연일시: 2022년 12월10일 토요일 5시 국립남도국악원 진악당
(사진, 동영상 촬영 : 채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