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선후 May 27. 2023

어떤날 #10

-모자리가 한창이다

  오늘은 장날이다. 논에 물이 찰랑거린다. 모자리가 한창이다. 털털털 이앙기 소리가 바지런히 움직인다.

비라도 떨어질 듯 흐리다. 

 지난 장에 재형이네 생선이 팔리지 않고 있었다. 고깃집하는 소망이네도 손님이 없었다. 사람들이 비가 온다고 하니 미리 농삿일을 몰아서 해서다. 오늘도 제대로 장이 되질 않을 거 같다. 저렇게 이앙기 돌아가는 소리가 바쁜데.  나는 내일까지 원고 마감을 해야 한다. 나는 소리가 나질 않는 일이니 일을 해도 티가 안난다. 일을 해도 티가 나는 일을 해야 되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할일 없는 아줌마로 볼 것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하루 하루 소리 없이 일을 하는 것도 쌓이다 보면 어느날 훌쩍 논 위로 태산을 옮겨 놓을지 모를 일이다. 


점점 흐리다. 비라도 후드득 떨어져라. 빗소리에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2023년 5월 27일 채선후


작가의 이전글 나도, 나름 괜찮은 엄마#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