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덥다. 시간마다 찬물을 껴얹었다. 조금 날이 저물어지자 운동장을 뛰었다.
땀이 주르륵 흘렀다. 더운날이 계속되어 운동을 게을리했더니 더욱 숨이 찼다.
뛰고 또 뛰었다. 숨이 차도 기분은 좋았다. 등이 다 젖도록 뛰었다.
개운하다.
나는 몸을 돌보지 않았다. 여름이 아니라 이제껏 나를 돌보지 않았다.
왜 나를 돌보지 않았을까. 나는 나에게 무심했다. 그 무심이 깊었는가
여름내내 몸이 아팠다. 얼굴은 살살 떨려오고, 눈은 금방 피로해져 컴퓨터 자판을
볼 수 없었다. 목과 어깨도 늘 무거웠다. 남들은 구안아사라고 한다.
이젠 나를 돌봐야 한다. 그래야 식구가 있고, 글이 있고, 세상이 있는 거니까.
이 여름 더위도 무심히 지나갔으면 하는데 날은 사그러지지도 않고 있다.
목에 얇은 괄사를 대고 살살 문질렀다. 시원하다. 뭉친 피로가 풀리고 있다.
아직도 더 풀어야 한다. 무심이 쌓인 세월이 몇 년인가.
오늘은 저녁 밥을 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은 나가서 먹고 들어온다고 한다.
밥만 안해도 살 거 같다. 밀린 원고나 밤새 쓰려 한다.
어둑해졌다. 동네 수은등이 켜졌다. 바람이 덥지 않다. 창가에 가까이 앉았다.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들린다. 여름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 어깨가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