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날#25

-2025년 6월 17일 화요일

by 채선후

장마가 시작되고 있다. 엊그제부터 하늘이 어둑하더니 뚝뚝 빗방울이 떨어졌다.

논에 물이 찰랑인다. 좀 더 비가 내려도 좋을 거 같다.

오늘은 트랙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빗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가로등 아래 어둠이 뒹글고 있는지 더욱 짙어진 깜깜한 밤이다.

가로등이 어둠에게 묻는다.

"너는 어디서 왔니?"

"글쎄. 생겨난다는 것이 알 수 없는 곳에서 왔어."

"그럼 어디로 갈 거니?"

"그건 알 수 없어. 알고 싶지도 않아. 난 이렇게 있을 뿐이야."

그렇지! 난 이렇게 있을 뿐인데 사람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 것인지, 또 무엇이 될 것인지

정해버린다. 난 그저 이렇게 있을 뿐인데.


가난한 화가를 만났다. 그림 작업 때문에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이 작업이 끝나면 바로 어느 날품팔이 작업을

한다고 한다. 좀 놀랐다. 생각해 보니 그는 늘 그렇게 작업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그의 작업을 평할 아무런 자격이 없는 것이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 그렇게 있어왔고, 지금도 있는 것이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기에 내가 정할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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