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하나 철거했을 뿐인데 30kg 마대 30포대.
욕실의 모든 것을 철거했다. 변기니 세면대니 벽이니 천장이니 바닥이니 전부 철거했다. 남은 건 처음 아파트를 지을 때 세운 네 개의 벽뿐. 아, 문은 남아있다. 먼지가 밖으로 나가면 안 되니까. 그렇게 문을 제외한 모든 것을 철거하고 폐기물 처리를 했다. 폐기물 처리는 철거를 하면서 틈틈이 했지만 생각보다 양이 너무나 많았고 무게도 무거워서 그냥 틈틈이 해서 끝낼 만큼 간단하지 못했다. 폐기물 처리에는 수거용 종량제 마대를 사용했다. 종량제 마대는 지역의 큰 마트나 철물점에서 판매한다. 종량제 마대를 사용하면 우리가 평소에 버리는 종량제봉지 일반쓰레기처럼 '지정된' 장소에 내어두면 업체에서 수거해 간다. '지정된' 장소라고 하기에는 업체와 상호 협의 간에 지정하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밖에 두면 안 된다. 배출하기 하루 전 날 전화를 걸어서 '오늘 폐기물 배출하려 합니다'라고 예약을 하면 된다. 토요일 일요일은 쉬는 날이니 금요일 예약하면 월요일에 가져간다. 그래서 우리는 주로 목요일에 예약을 했다. 그렇게 업체에 전화를 하면 장소와 양을 물어보고 '집게 달린 큰 차가 들어갈 수 있는 넓은 곳'에 배출해 두면 수거해 가겠다고 이야기가 돌아온다. 트럭이 없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사용하면 인부나 차를 따로 부르지 않고도 저렴하게 폐기물 처리를 할 수 있을만한 그런 제도다.
폐기물 종량제 마대라는 존재를 알게 되고 처음 사러 가서 "폐기물 마대 주세요."라고 했더니 사장님께서는 충격적인 답변을 하셨다. "사이즈는 어떤 걸로 드릴까요?" 그렇다. 사이즈가 다르다는 사실을 몰랐던 우리는 당황해서 생각의 정지가 왔다. 우리는 용기 내어 "혹시 실물 사이즈를 볼 수 있을까요?"라고 했고 사장님께서는 흔쾌히 보여주셨다. 폐기물 마대의 종류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큰 사이즈와 작은 사이즈. 큰 사이즈는 75L였고 작은 사이즈는 50L였다. 나는 지금도 '리터'라는 단위에 대해서는 감이 너무 오지 않아서 힘들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일반쓰레기 종량제봉지를 사는데 10L와 20L의 용량을 몰라 고민하는 그런 느낌.
폐기물 마대의 가격은 작은 사이즈(50L)가 일반쓰레기 종량제봉지 75L의 두 배 정도 했었다. 그렇게 싼 가격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쓰레기로 버릴 수 있는 폐기물과 콘크리트 등 타지 않는 쓰레기들을 잘 분류해서 버려야 했다. 폐기물 마대를 많이 사용할수록 폐기물 비용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폐기물의 무게가 무겁지 않고 부피가 크다면 큰 사이즈를 사용하면 좋지만 우리는 타일이나 콘크리트 등을 버려야 해서 용량이 적은 걸 여러 장 구매했다. 큰 용량을 구매하면 담기엔 좋지만 많이 담은 만큼 무게가 늘어나기 때문에 운반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마대를 구매하고 현장(?)으로 돌아와서 철거를 하며 각종 타일이나 콘크리트 폐기물을 담았는데 그 양은... 실로 엄청났다.
사진에 있는 폐기물은 이전에 철거했던 세탁기를 놓기 위해 철거한 낮은 벽과 욕실철거를 한 양이다. 하나당 30kg 정도... 대충 세어봐도 30 포대는 되는 것 같다. 30 포대던 60 포대던 그게 무슨 상관이랴. 그저 이걸 버리기 위해 둘이서 옮겨야 한다는 사실이 막막할 뿐.
뭐.. 버리는 건 미래의 나에게 맡기고 얼른 철거를 마무리해야 했다.
욕실의 철거가 끝이 나고 이어서 바로 현관의 타일을 철거했다. 현관의 바닥 타일은 한 장만 걷어내니 그냥 손으로만 들어도 될 만큼 잘 떨어졌다. 현관 바닥타일은 우리가 처음 이 집을 보러 왔을 때부터 떨어져 있구나를 느꼈었다. 이유는 현관문을 열고 현관으로 발을 디뎠을 때 타일 특유에 서로 부딪혀서 갈리는(?) 그런 꽈지직하는 소리와 감각을 귀와 발에서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사를 계획하면서 철거할 때 잘 떨어지겠구나 생각했는데 그 부위만 잘 떨어지겠다 생각했지 나머지 모든 타일들도 잘 떨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현실은 현관의 모든 타일들이 그냥 바닥에 얹혀두고 줄눈만 넣어둔 것처럼 너무나 깔끔하게 떨어졌다. 어차피 철거하는 거 이렇게 떨어지니 괜히 시간과 노동력을 벌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타일을 철거한다라고 하면 타일을 붙이면서 하부에 시멘트까지 철거하는 게 맞지만 이 속에는 집으로 들어오는 메인 수도가 있기 때문에 두려워서 철거하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바로 타일을 붙이면 타일에 붙는 시멘트만큼 바닥에 올라오긴 하지만 괜히 철거하다 수도배관을 건드려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보다는 훨씬 나았다. 무엇보다 욕실철거 때 너무 힘이 들었어서 나는 충분히 지쳐 있었다.
아직 남아있는 일이 많은데 벌써 지쳐버리다니. 우리.. 마무리할 수 있을까.
순탄하게 현관의 타일을 철거했고 이제 주방철거를 하면 된다. 주방 철거도 여러모로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에 주방 철거에 대한 글을 한 주제로 담아서 다음 편에 올려야겠다.
오늘도 우리는 고생이 참 많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