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밥 따뜻한 마음

든든한 우리.

by 짜미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이런저런 많은 순간들이 있지만 지금은 리모델링 중인지라 리모델링을 진행하며 느꼈던 고마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의 기상시간은 약 07시쯤 된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라 그나마 잘 일어나는 편인데 아내는 저녁형 인간(?)이라 아침기상을 그리 반가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아내도 편안한 이불을 만끽하다가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일이 있다. 그건 다름 아닌 우리의 식사준비다. 그렇게 아침에 일어나는 걸 힘들어하다가도 '아냐.. 얼른 일어나서 도시락 싸야 해..!'라는 말을 하며 두 눈을 번쩍 뜨고는 이불을 박찬다. 나는 그 모습이 재밌어서 왜 그렇게 갑자기 일어나냐고 묻고 아내는 특유의 진지한 표정(눈을 부릅뜨며 미간을 한껏 구기며)을 지으며 이렇게 답한다. "이렇게 확 일어나지 않으면 절대 일어날 수 없어 난 평생 잠들어 버리고 말거야" 나는 아내의 이런 재밌는 표정과 대답을 꽤나 좋아한다.


그렇게 일어나서 아내는 얼른 아침식사를 준비하며 동시에 점심에 먹을 도시락도 준비를 한다. 나는 일어나서 오늘 해야 할 일들과 다가올 일들과 어떤 일을 우선적으로 해야 할지 혹은 놓친 일은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둘 다 아침부터 굉장히 빠릿빠릿하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 같이 말했지만 사실 눈은 반쯤 감은 상태로 의식의 흐름을 따라 이 일들을 진행한다. 그렇게 모든 아침루틴이 끝나면 밖을 나가는데 잠은 이때 싹 달아나 버린다. 밖이 굉장히 춥기 때문이다. 정신이 번쩍 드는 추위에 내가 먼저 도시락을 들고나가서 차에 궁뜨와 히터를 켠다. 서울에서는 엉뜨라고 부르던데 나는 경상도 사람이라 궁뜨가 더 편하다(엉뜨는 '엉덩이 뜨뜻'이라는 뜻이라면 내가 사용하는 궁뜨는 '궁디 뜨끈뜨끈'이다.). 아내가 추위를 가르며 잰걸음으로 도도도 뛰어와서 차에 타면 이 궁뜨와 히터로 자리에 앉으며 만족의 한숨을 내뱉곤 한다.


바로 현장(아내는 '우리의 집'이 '현장'으로 불리는 걸 떨떠름해한다. 맞는 말이긴 해서 뭐라 말하진 못하지만 괜히 께름칙한 그런 느낌이랄까. 하지만 나에겐 지금 일을 하는 곳이기에 그저 현장일 뿐. 공사가 끝나야 '우리 집'이라는 말이 나올 것 같다.)으로 가거나 그날 작업 간에 필요한 자재가 필요하다면 중간에 철물점이나 자재상을 경유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긴장감 넘치는 시간을 보내면 전장으로의 문이 열리듯 긴장된 마음으로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간다. 그리고 아내는 호다닥 방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그냥 추워서 들어가나 싶었지만 왜 그리 급하게 들어가나 싶은 생각에 아내가 뭐하는지 본 적이 있었다. 아내는 뭔가의 전기코드를 꽂더니 품에 들고 있던 도시락 지퍼를 열어서 도시락 통을 매트의 한쪽 구석으로 정렬시켰다. 그리고 나머지 한쪽을 도시락 위로 푹 덮었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게 거실로 걸어 나왔다. 나는 뭘 가져온 거냐며 물었고 아내는 호기롭게 대답했다. "이거 전기 허리 온열기인데 도시락 덮어두면 식은 밥 먹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가져왔어. 자꾸 오빠 찬 밥 찬 반찬 먹이는 게 마음이 쓰여서 안 되겠어."


나는 현장에 도착하면 작업한 내용을 둘러보며 내 생각에 잠겼지만 아내도 현장에 투입해서 나름 본인이 이 현장에서 해줄 수 있는 게 뭘까 많이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에 참 고마움을 느꼈다. 그 덕에 우리는 이후로 따뜻한 밥을 챙겨 먹을 수 있게 됐다. 나가서 사 먹으면 되는걸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궁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하루, 이틀만 공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 먹게 되면 식비 또한 만만치 않다.

신혼집 셀프 인테리어 구축아파트 리모델링

문 틀을 설치했다. 문을 어떻게 해야 하나 철거를 진행 중에 업체에서 상담을 온 일부터 사건사고들이 많았지만 결국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문틀을 가장 좋은 방법으로 해내고야 말았다. 문틀은 9mm 문선이라 불리는 마감 후에 문틀의 두께가 얇게 보이는 제품을 시공했다. 문틀을 설치하고 난 후 드는 생각이었지만 확실히 좁은 공간일수록 이런 마감선들을 얇게 만들어야 시각적으로 더 넓어 보이는 효과를 주는 것 같다. 문틀을 수직 수평을 잘 보고 세웠지만 문이 달리기 전까지는 제대로 설치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름 집중해 가며 최선을 다해서 세웠기에 만족하고 만족하지 못한다 해도 어쩔 수 없다. 나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했다.

신혼집 셀프 인테리어 구축아파트 리모델링 9mm 문선 문틀 설치

우리는 하부가 없는 문틀이기 때문에 조립을 하고 옮기는 과정에서 꽤나 애를 먹었다. 네 면이 모두 조립이 되면 나름 구조체가 되어 힘을 받을 텐데 한 면이 빠지니 들고 옮기는 과정에서 벌어지기도 하고 오므라들기도 해서 난감한 경우들이 생겼었다. 혹여나 조립해 둔 부분이 깨질까 걱정이고 양 측면이 너무 다르게 시공되면 어쩌나 고민도 있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하나하나 세워갈수록 나름의 시공에 대한 정립이 됐고 안방 문틀을 끝으로 문틀 시공을 끝냈다. 시공순서는 작은방을 먼저 했다. 가장 문 닫을 일이 없을 것 같았고 사용 빈도가 가장 낮을 것 같았다. 첫 희생양이랄까. 그리고 다음으로 세탁기가 있는 입구방을 시공했다. 세탁기가 있으니 자주 드나들겠지만 안방보다는 출입이 덜 할 것이라는 나름의 기준으로 두 번째 희생양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방 문틀을 설치했는데 난감한 일이 생겼었다. 전에도 문틀을 철거하고 그 부분에 미장을 하면서 이야기했었지만 안방 내부의 바닥과 거실 바닥의 단차가 맞지 않아서 경사로가 생겨 버렸다. 그러다 보니 문틀을 올리니 한쪽이 너무 뜨는 불상사가 생겼다. 그로 인해 바닥을 문틀이 앉을 곳만 더 깨는 수고로움을 겪었다. 하면서도 이게 맞나 싶었지만 다른 방도는 생각나지 않았고 크게 기능상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어떻든 상관하지 않았다. 제발 나중에 문짝을 설치하고 여닫을 때 바닥에 쓸리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다.

신혼집 셀프 인테리어 구축아파트 리모델링 9mm 문선 문틀 설치

아내는 내가 문틀을 설치하고 미비된 다른 작업들을 하는 동안 도배를 위한 사전작업을 진행했다. 현장에서 '네바리'라고 불리는 작업이다. 이는 '초배지'라고도 불리는 듯했다. 석고보드나 마감면의 이음이 있을 때 그 이음을 가려주는 역할을 한다. 오래된 집을 여름에 습할 때 들어갔을 때 도배지 내부로 손가락 두세 개 정도 되는 폭으로 줄이 보이던 때가 있었는데 이걸 붙이는 걸 보면서 아 그때 그게 초배지를 붙여서 그런 거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도배가 다가오면서 아내의 역할이 커졌다. 어쩔때는 혼자서 술술 작업을 진행해 나가는 아내를 보면서 '참 멋있는 기술자야'라는 생각을 했었다. 나도 아내에게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잘 해야지.

신혼집 셀프 인테리어 구축아파트 리모델링 도배 네바리 초배지 시공

이렇게 초배지가 붙은 곳에 부직포 한 겹이 붙을 예정이고 그 부직포 위에 최종 마감재인 도배지가 붙을 예정이다. 앞으로는 대부분 마감작업이라 흠집이나 관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아내를 잘 도와서 마감을 할 수 있을지 참 걱정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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