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계산의 중요성을 깨달은 날.

도배 사전작업과 삭막해진 분위기.

by 짜미

도배를 준비 중이다. 우리가 직접 공사를 하기 전에는 그저 '벽지'라고 불렀는데 조금 알게 되고 난 후에는 자연스럽게 '도배지'라 부르게 됐다. 이유는 간단했다. 천장에도 붙이기 때문에. 전에는 벽지라는 말을 애초에 잘 사용할 일이 없어서 그냥 벽지벽지 했는데 막상 아내와 이야기하다가 '천장에 붙일 벽지'라고 말하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유는 그게 다였다. 철학적인 말을 해야 할 것 같지만 나는 그렇게 철학적이지 못하며 꽤나 단순한 사람이다.


도배를 하기 전에는 부직포 시공을 해야 한다.(물론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도 있다.) 또 부직포 시공을 하기 전에는 초배지(네바리) 시공을 해야 한다. 이전 작업에서 석고보드 등의 이음을 덮어주는 초배지 작업을 했기에 이번에는 부직포 작업을 진행했다. 부직포는 50m짜리 하나를 구매했다. 더불어서 부직포 시공에 사용할 부자재인 바인더와 본드, 플라스틱 헤라 등을 구매했다. 그래도 아내의 기술과 지식이 있어 이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혼자였다면 자재 구입조차 힘들었을 것이다. 아내는 바인더를 구매하면서 맑고 투명한 목소리로 "사장님 본드도 하나 같이 주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도배지 붙이는데 본드가 왜 필요하냐고 물었고 아내는 바인더에 섞어서 사용할 예정이라고 답해줬다. 그리고 우린 현장에 부자재를 깔고 준비를 시작했다.


아내는 가장 먼저 바인더와 본드를 섞어줬다. 먼저 본드를 통에 깔끔하게 짜서 넣었고 바인더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바인더를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얼마나 섞어야 할까.?" 일단 나는 답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아내도 모르니 해답은 없었다. 아내도 깨달았는지 쿨하게 이런 말을 내뱉었다. "그냥 섞자." 맞다. 그냥 섞고 하다가 부족하면 더 넣으면 된다.(라고 생각했지만 우리 정말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확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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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직포 시공은 가장 좁은 공간인 신발장부터 진행했다. 신발장은 가벽이 세워져 있어서 가로세로 약 1.5m 남짓하는 공간이었기에 연습 삼아 해보기 좋은 장소였기 때문이다. 아내는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겠다고 했다. 아내는 먼저 바인더와 본드를 섞은 통에 브러시 하나를 찍더니 천장 모서리 쪽으로 발랐다. 부직포를 하는 이유는 띄움 시공을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래서 테두리에만 부직포를 붙이면 중앙면은 자연스럽게 매달려 있으니 천장으로부터 띄움이 된다고 했다. 아내가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보여주고 있는데 폭이 15cm 정도 되는 도배발판 위에서 이리저리 휙휙 다니는 모습을 보니 혹시나 다치진 않을까 싶은 생각에 이야기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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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해보는 공정이라 어쩔 줄 몰라 이리저리 삐걱거렸지만 몇 번 해보면서 점차 안정을 찾아나갔다. 하지만 그 안정은 지극히 나를 위한 안정이었다. 내가 안정을 찾아갈수록 아내의 분노게이지는 상승하고 있었다. 더 중요한 건 내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아내와 내가 부직포를 붙이는 과정에서 분명 접착제를 발랐고 본드도 섞었는데 붙였던 부직포가 자꾸 떨어지는 일이 생겼었다. 아내는 왜 그런지 이유를 찾지 못해서 답답해했다. 그러는 와중에 내가 삐걱거리니 일이 너무 고단했었나 보다. 한숨이 한 번 두 번 나오기 시작했고 이내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같은 곳에서 세 번씩 다시 붙이는 일이 반복됐다. 그래도 최대한 팽팽하게 시공하고 싶은 마음에 이리저리 당기고 펼쳐서 시공하다 보니 부직포가 늘어나서 사용할 수 없는 상태까지 가게 되어 새로 재단해서 붙이기까지 했다. 부직포 시공을 마친 후에 이 글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붙지 않고 자꾸 떨어진 이유를 모르고 있다. 천장이 너무 삭아서 그랬던 걸까? 혹은 바인더와 본드의 배합이 맞지 않아서였을까? 그저 우리의 실력이 부족해서였을까? 어떤 이유였든지 간에 마지막 이유는 분명 포함되어 있을 것이 분명하긴 했다. 마지막 이유를 수정해 보자면 '우리의 실력'이 아닌 '내 실력'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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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직포 시공은 늦은 밤까지 진행됐다. 분명 바깥에서 들어오는 햇빛만으로도 잘 보였는데 어느새 빛은 사라지고 어둑어둑 해가 져버렸다. 마지막 남은 곳인 주방을 남겨두고 우리는 주방의 식탁등을 임시 작업 조명으로 사용했다. 거실과 주방의 천장이 길게 연결되어 있는 구조다 보니 한 번 재단할 때 엄청난 길이를 재단해야 했다. 재단은 어찌저찌 했지만 그 부직포를 들고 붙여 나가는 과정은 정말 쉽지 않았다. 부직포를 잡으랴 발판과 사다리를 옮기랴 잘 붙을 수 있게 여기저기 손보랴 정신없는 과정들이 지나갔다.


그러는 중 마지막 한 장을 남기고 충격적인 일이 생겼다. 부직포 3m가 부족했던 것이다. 부직포는 앞서 말했듯 50m를 한 롤로 판매하고 있기에 원하는 길이만큼을 구매할 수 없었다. 혹시나 중고제품을 판매하는 곳에 올라왔을까 싶어 확인해 봤지만 없었다. 우린 눈물을 머금고 다시 자재상을 찾아갔다. 문 닫기 전에 얼른 가서 구매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접착제도 다시 만들어야 하고 내일 예정된 일을 진행하는데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부직포를 구매했고 현재 재고로 45m 정도가 남았다..ㅎ

물량계산을 했을 때 타이트하다 생각했는데 정말 이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타이트하다고 생각했을 때 로스를 최소화해서 작업을 했어야 함이 무척이나 아쉬움을 불러왔다. 이제 남은 걱정은 부직포 45m를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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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이 마쳐진 시간은 19시 어간. 시공이 끝난 후 우리는 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각자 정리할 공구들을 씻고 넣고 챙겼다. 그러는 동안 각자 아내는 부직포의 시공상태를 한번 더 확인하고 나는 방수해 둔 화장실에 혹시나 누수가 있는 곳은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모든 공구의 정리가 끝나고 불을 끄기 전 한참 동안이나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그 한마디는 짧고 강렬했다.


"가자." "응."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부직포 작업에 아내도 나도 기진맥진한 상태가 이어졌다. 나는 제대로 된 도움을 주지 못해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고 아내는 처음 하는 나를 보며 너무 화를 낸 것에 마음을 썼다. 하지만 이번 계기로 서로 한걸음 더 생각해 주는 과정을 갖게 되었고 무엇보다 부직포를 어떻게 하면 잘 붙일 수 있는지 알게 됐다. 뭐 이 기술을 앞으로 언제 또 사용할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언젠가 사용한다고 해도 이걸 기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단지 우리는 해냈다는 사실만을 기억할 뿐이다.


우린 꼬르륵 소리를 내는 배를 달래며 저녁을 먹었고 샤워를 한 뒤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그리고 정말이지 반갑지 않은 다음날 아침은 우리를 순식간에 찾아와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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