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신 녀석의 방문

감기 따위가 중문 설치를 막을 순 없지.

by 짜미

요즘 부쩍 연장근무가 많아졌다. 우린 너무 무리하지 않기 위해서 보통 그 당일 정해놓은 근무시간(08시~17시)에 끝내지 못하면 다음날 와서 작업을 진행하곤 했다. 하지만 요즘엔 당일에 끝내지 않으면 '양생'이라는 녀석 때문에 다음날 쉬어야 하는 일이 생기기에 연장근무가 많아졌다. 요즘 한 작업으로는 퍼티, 샌딩, 부직포 시공 등이 있었다. 당일에 퍼티를 최대한 많이 해둬야 다음날 양생이 된 후에 샌딩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욕심을 내며 늦은 시간까지 퍼티를 했다. 그렇게 아침이 밝으면 열심히 샌딩을 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집 전체 퍼티를 할 순 없으니 샌딩을 하고 나면 또 퍼티를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결국 또 늦은 시간까지 작업을 해야 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었고 천장에 부직포 시공을 하면서 본드와 바인더를 만들어 뒀기에 또 늦게까지 일을 했다. 겨울이라 매일같이 추위를 견디랴 늦게까지 일하랴 공정 생각에 머리 쓰랴 몸이 피로를 이기지 못했나 보다. 기어이 감기몸살에 걸렸다.


콧물이 시도 때도 없이 나오고 나오다 못해 줄줄 흘렀다. 몸은 으슬으슬하고 열은 열심히 치솟았다. 일하고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헤롱거리며 밥을 먹고 샤워를 하고 기절하듯이 잠에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쉴 수는 없었다. 없었다기보단 쉬기 싫었다. 어차피 머릿속에는 온통 빨리 가서 일하고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래서 쉬고 저래서 쉬다 보면 결혼식을 준비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뜨끈뜨끈한 몸을 이끌고 출근을 했다. 그런 이유로 출근을 했지만 어떻게 던 출근을 한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건 아침에 눈을 떠서 춥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현장으로 나가면 이상하게 콧물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적인 몸 컨디션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움직이면서 열을 내서 그런지 몸살이라는 걸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정도로 컨디션이 괜찮아졌었다. 으슬으슬 몸살기운이 돌았지만 열을 내면서 일을 하니 뭔가 나은 것만 같았다. 이게 이열치열?! 하지만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또 전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정말 지긋지긋한 감기몸살이다. 나는 이 감기몸살을 이주 정도 겪은 것 같다. 그리고 일주일이 조금 지났을 때 기어이 아내에게 옮고 말았다. 어찌나 미안하던지... 결국 아내와 나는 병원에 들러서 진료도 받고 약도 받았다. 약을 한참이나 먹었는데도 낫지 않아서 마음이 너무 답답했다. 아무리 '감기엔 약이 없다'지만 이렇게까지 듣지 않는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었다. 우리는 약국에서 지어준 약을 먹으면서 혹시나 싶은 생각에 서로를 쳐다봤다. 그리고 아내에게 말을 건넸다. "설마 우리,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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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인테리어 신혼집 리모델링 감기몸살 코로나 검사

아내는 그 말을 듣자마자 어디론가 걸어가더니 부스럭부스럭 뭔가를 가져왔다. 그건 다름 아닌 코로나 진단키트였다. 작년 이맘때쯤 아내가 코로나에 걸렸어서 그때 몇 개 사용하고 남은 거라고 했다. 그에 반해 나는 아직 코로나 검사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딱히 코로나에 걸렸다고 생각이 든 적도 없거니와 의도적으로 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검사를 했는데 코로나 양성반응이 나오면 괜히 더 아프게 느껴지고 더 낫지도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심리가 참 중요한데 '그냥 가벼운 감기야' 하며 넘기는 것과 '코로나에 걸렸어!'는 내 몸 스스로가 느끼는 차이도 크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이면 검사를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잘 피했겠지만 이번만큼은 피할 수 없을 거야'는 말을 하듯 아내는 내 눈앞에 떡하니 코로나 진단키트를 가져다 놓았다. 아내는 면봉을 수직으로 똑바로 세운 후 내 눈앞에 보여주며 흥미진진한 표정과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내와 나는 코로나를 걸고 거래를 하기로 했다. 만약 내가 코로나가 아니라면 더 이상 쉬자는 말을 하지 않기로 하고, 만약 내가 코로나라면 나을 때까지 충분한 휴식을 취하자는 조건이었다. 나는 코로나 검사를 한다는 것에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심 자존심이 굉장히 상했다. 뭔가 약한 사람이 된 것을 인정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나는 대게 컨디션이 좋지 못해 열이 나거나 몸살기가 돌면 '이 정도는 아픈 것도 아니야'라며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다분하다. 하지만 코로나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여야 했기에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검사를 승낙했다.


코로나 진단키트는 긴 면봉을 코 안쪽 깊숙이 집어넣은 후 함께 동봉된 통에 넣은 후 그 액을 검사 종이 위에 떨어트리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내가 면봉을 얼마나 넣어야 하냐고 말하며 찔끔거리고 있을 때 아내가 직접 해주겠다며 내 면봉을 뺏어갔다. 그리고 아내는 나에게 숨 돌릴 틈 한 번 주지 않고 면봉을 내 코 속으로 밀어 넣었다. 지금도 면봉을 넣었을 때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마치 눈을 뚫고 나올 만큼 깊숙이 들어간 터라 빼자마자 나는 재채기를 우렁차게 해 버렸다. 그런 내 모습이 재밌었는지 아내는 나를 보며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나쁜 사람...)


결과 확인을 위해서 동봉된 용기에 면봉을 행군 후 검사종이 위에 떨어트렸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야 결과가 나타난다 해서 아내와 나는 각자 딴짓을 하다가 약 15분 정도 흘렀을 때 다시 진단키트 앞으로 모였다. 사실 나는 그전부터 긴장되는 마음을 안고 흘깃흘깃 보고 있었다. 결과는 한 줄! 음성이었다. 두 줄이 뜨면 양성이라고 했으니 분명 음성이었다. 아내는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내는 내가 몸이 좋지 않기 시작했을 때부터 '내일은 쉬어'라는 말을 달고 살았기 때문이다. 내가 몸도 좋지 않으면서 나가서 일을 하려는 게 마음이 쓰였던 게 분명했다. 막상 코로나가 아니라는 결과를 보니 나도 괜스레 아쉬움이 생겼다. 나도 내심 차라리 코로나 양성이 나와서 억울한 척 쉬고 싶었나 보다. 코로나가 아닌 게 다행인데 그게 뭐라고 괜히 아쉬웠을까. 어쨌든 이제 코로나가 아님도 확실해졌으니 아내는 나에게 쉬라는 말을 할 수 없었고 나도 아프다고 핑계를 대거나 꼼수를 부릴 수도 없었다. 그저 평소와 같이 일을 할 뿐이었다. 그리고 코로나가 아닌데 이렇게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나 스스로에게도 '참 나약하다 나약해'라는 말을 했다. 고작 코로나 진단키트 한 번 사용했다고 여러 가지 감정들이 휙 휙 지나간 저녁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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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코로나 검사로 흥미진진한 저녁을 보내고 우린 잠에 들었다. 아픈 건 둘째치고 내일도 일찍 나가봐야 하기 때문이다. 아픈데 좀 천천히 나갈 수 있지 않냐고 할 수 있지만 하필 내일은 방문해야 할 자재상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부직포도 붙였고 어느 정도 마감을 준비해야 하는 단계이기에 미리 도배지를 주문했다. 물론 아직 주방을 제외하고는 타일을 붙이지도 않았고 퍼티나 샌딩, 도배 전에 끝내야 할 작업들은 남았지만 미리미리 사둬야 급하게 일을 하지 않아도 되기에 한 템포 빠르게 움직여서 도배지를 구매했다. 도배지는 아내가 직접 골랐고 색상은 화이트이지만 야아아아아아악간 노란빛이 도는 그런 합지를 선택했다. 실크가 오염에도 강하고 뭐 그렇다 저렇다 하지만 딱히 벽을 오염시킬만한 일도 없거니와 무엇보다 합지가 실크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시공을 할 예정이기 때에 시공난이도를 생각해서도 합지를 선택했다. 우리가 한 선택은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요즘 유행하듯 '무조건 실크가 최고야'라는 말들이 나오면서 '합지는 안 좋은 것'이라는 인상이 심어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실크도배지 중에서도 더 두껍게 더 오염에 강하게 제품들이 출시가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도배지 가격이 전보다 훨씬 올라버렸고 실크도배지가 무슨 프리미엄인 양 행세를 하고 있었다. 내가 가진 생각으로 도배지도 결국 소모품이기에 '좀 얼룩이 져도 좀 세월의 흔적이 생겨도 사용하다가 새 걸로 바꾸면 되지'라는 생각이 있다. 물론 다시 도배를 하려면 가구나 짐들도 도배에 방해가 되지 않게 옮겨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게 3년, 5년에 한 번씩 있는 일도 아니기에 그 정도쯤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크는 재시공 시 벗겨내야 하는 작업이 있지만 합지는 그 위에 바로 덧붙여서 작업할 수 있기에 결국 우리가 시공하는 거 다음에도 우리가 또 해버리면 그만이다. 퀄리티야 좋으면 얼마나 좋고 안 좋으면 얼마나 안 좋으랴, 그냥 하는 거지! 그 모든 것이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vlcsnap-2024-12-12-20h28m29s829.png 셀프 인테리어 신혼집 리모델링 도배 시공 자재 준비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며 자재상에 들려 도배지를 받아왔다.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경사로 없이 두 칸 정도의 계단이 있는 아파트 입구를 넘어 경사로 없이 여덟 칸 정도의 계단이 있는 아파트 현관을 올라 도배지를 무사히 집으로 옮기는 데에 성공했다. 굉장히 유용해 보이는 수레는 차에서 입구 앞까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현관문 앞까지 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아내는 곧장 도시락을 데우겠다며 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어제 배송된 자재 하나를 설레는 마음으로 열었다.

내가 이렇게나 설레어하는 자재는 우리의 현관 외풍을 막아줄 중문이다. 몸이 좋지 않았어도 굳이 굳이 나온 이유는 중문과 몰딩 등을 집 앞에 뒀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혹여나 다른 주민분들께 거슬릴 수도 있고 옆집에 민폐를 끼칠 수도 있기에 마음을 조리며 서둘러 집 안으로 옮겼다. 옮기자마자 포장을 뜯고 박스를 열었다. 가장 먼저 자재의 수량파악을 했고 시공 방법을 알기 위해 시공 설명서를 꺼내 들었다.

vlcsnap-2024-12-12-20h35m06s804.png 셀프인테리어 신혼집 리모델링 중문 설치

드디어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중문 설치를 진행할 때가 됐다. 부디 하자 없이 이쁘게 잘 설치되었으면 좋겠다. 중문은 매일매일 사용하기 때문에 하자가 있으면 문을 여닫을 때마다 신경이 쓰일게 분명하다. 그래서 더더욱 신중에 신중을 가해서 시공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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