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20230123

에드먼턴, 캐나다

by Martine sk Mardres

'H마트에서 울다'라는 책이 있는데 아직 읽어보진 않았다. 재미교포가 쓴 유명한 책이라는데 지인이 추천하기에 제목을 기억하고 있다.


며칠 전 딸아이가, 친하게 지내는 한국아이네 집에서 자고 왔는데, 그다음 날 집에 오는 길에 고맙게도 그 아이 엄마가 선물로 챙겨준 매운맛 새우깡을 그날밤 몰래 훔쳐 먹으려다가 남편한테 딱 걸려서 눈물을 머금고 제자리에 두었다.


나만의 응급 새우깡이 시급!

새우깡 수급하러 가는 길!

간김에 설날 준비도 하길!


설날준비고 뭐고 새우깡을 쟁이러 가자!

H마트로 고고!


한인마트에 설날 준비로 북적이는 인파는 이미 다 다녀갔나 보다. 제법 한산하다. 한국어가 주변에서 들리지 않는다. 냉동 돈까스가 하나도 없다. 다행히 떡국떡이 남아 있어서 얼른 두 봉지 담는다. 시들시들한 배추와 무, 제주도에서 날아온 감귤이 제법 남아 있었지만, 필요해서 보자마자 사고 싶었다 해도 상태가 심히 좋지 않다. 뒤적뒤적거리다가 포기하기로 한다. 포기는 배추 셀 때나 쓴다지만 이번 배추포기는 포기한다.


새우깡 세일한다. 4 봉지 쟁인다. 물만두와 군만두가 평소 보다 반값. 두 봉지 11불.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처음 들어 보는 상표지만 믿어 보자. 고향의 맛 다시다 1킬로 세일한다. 아싸... 그러나 세일해서 25불... 미친 가격이지만 너무나 아쉽기에 카트에 담는다.


유통기한이 3월까지로 얼마 안 남은 김. 반값이구나... 반갑쓉니다. 반값세일해도 한국에서 살 때 보다 두 배는 비싸다. 평소 가격은... 알고 싶지 않다.


드디어 물엿 영접. 설탕만 넣어서 간장조림을 하니 윤기도 안 나고 뭔가 부족한 듯해서 항상 물엿이 아쉬웠는데 드디어 사게 되어 기분이 좋다. 며칠 전 김밥 쌀 때 채칼이 없어서 식칼로 채썰기 하느라 손가락도 같이 썰 뻔했는데, 제대로 된 연장 마련해서 신난다. 고수는 연장 탓 안 한다는데 나는 고수가 아니므로 연장 탓 하련다.


얼마 전 내가 캐나다 이주 바로 직전까지 가르치던 자매와 인스타그램 맞팔하게 되어 그 아이들이 공유하는 일상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니 미모가 열일하고, 아직 중학생인 동생은 독학으로 연습한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동영상도 올리는 걸 보며 멀리서나마 흐뭇해하며 응원의 댓글도 남겼다. '올 때 메로나'하고 장난쳤더니 진짜 메로나 사가지고 온다기에 말만 들어도 기분이 좋다.


메로나 안 사 와도 돼. 한인마트에 팔아. 대학생 되면 알바지옥에서 좀 구르다가 날씨 좋은 여름쯤에 비행기 타고 놀러 오렴. 빈티 많이 나는 빈티지한 집이지만 지하실 방 한 칸 내어 주마. 여기서 기다릴게. 너희들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인생에서 제일 예쁜 시절 많이 많이 누리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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