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DJ가 Little pick me up에 대해 주절주절 떠든다. 당신의 픽미업은 무엇인가요?라고 그 DJ가 묻길래 내 대답이 들릴리는 없지만 속으로 대답을 생각해 본다.
픽미 픽미 픽미업, 픽미 픽미 픽미업~ 누구에게는 한동안 사방팔방 안 나오는 데가 없었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유명해진 노래 가사로 친숙해진 영어문장이기도 할 테지만, 이제 말 배우기 시작하는 영어권 꼬맹이들이 팔 벌리며 다가와서는 안아서 번쩍 들어 달라고 어른들한테 제일 즐겨 쓰는 문장 중 하나가 Pick me up일 듯하다.
pick은 여러 가지 뜻이 있다. 코딱지 파는 것도 pick이고(*코딱지 파지 마 Don't pick your nose!) 땅에 떨어진 거 줍는 것도 pick, 뭔가 선택을 하는 것도 pick, 픽업으로 붙여 쓰긴 하지만 차에 태우는 것도 pick, 전화받는 것도 pick.
그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pick은 픽미업! 발레리나가 아닌 이상, 덩치 좋은 나 같은 어른들은 더 이상 공중으로 번쩍 안아서 높이 띄워줄 다른 어른들이 없다. 그! 러! 나! 나를 공중에 확 띄워주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줄 것들, 나의 '픽미업'으로는 당 떨어질 무렵 입에 넣으면 사르르 그냥 녹아 없어지는 도넛 한 개, 혈중 카페인 농도를 채워 넣을 오후 4시에 마시는 커피, 배고프지만 아직 점심이나 저녁 식사 하기엔 이를 무렵 먹는 간식 정도 되시겠다.
상쾌한 공기 느끼며 걷기, 몰래 하는 덕질, 친구와 즐거운 전화 수다, 젊고 잘생긴 사람 쳐다보기 등등까지 주위를 환기시켜 주고 기분을 띄워 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나를 위한 픽미업이 되겠지만 제일 빨리 몸으로 느끼는 효과적인 픽미업은 역시 한잔의 금방 만든 커피이다.
바로 추출한 에스프레소에 크레마가 꺼지기 전 뜨거운 물 섞어 아메리카노 한잔 만들고 거기에 더해 환상의 짝꿍 브라우니를 곁들일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설탕세를 매기고 온갖 난리 법석을 떨어도, 여전히 설탕이 주는 sugar high의 유혹을 떨쳐내기 힘들다. 한동안 식단 관리로 멀리 했던 밀가루, 설탕, 카페인 3 총사를 근래 다시 접하고 이런 천상의 맛을 내가 일부로 멀리 했다니 나도 은근히 독한 구석이 있었군 감탄할 정도로 카페인의 각성효과와 달다구리 간식을 내가 또 거부할 수 있을까.
기후 변화로 커피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생각보다 빨리 멸종할 수도 있다니 지구상에서 커피가 사라지기 전에 누릴 수 있을 때 누려보자라고 괘변을 늘어놓으며 오늘의 오후 4시 커피를 천천히 음미한다. 하늘로 두둥실 기분도 붕 뜨고 뿌옇던 시야가 깨끗하게 개이면서 의욕이 마구마구 샘솟는다. 어우 피가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