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유리에 성애가 잔뜩 끼어서 스크래퍼로 긁어낸다. 아무리 긁어내도 서리 내린 것처럼 뿌옇게 된 유리는 깨끗해지지 않는다. 알고 보니 차 내부 유리표면도 외부처럼 성애가 잔뜩 끼어 있던 거다. 어제부터 다시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지는 날씨에 눈도 오더니만 사방이 하얗게 얼어붙고 차 외부뿐 아니라 내부에도 서리가 내렸다. 오늘도 별스러운 신기한 경험 하나 추가한다.
가족 모두 아이스링크에 가서 아이스 스케이트를 즐겨보리라는 열망을 안고 스케이트를 마련하러 간다. 중고도 팔고 새 거도 파는 스포츠용품점에서 내 발에 맞는 중고 스케이트는 거의 없고 새 스케이트만 잔뜩 진열되어 있다. 소싯적 인라인 스케이트 좀 타고 다닌 터라 아이스 스케이트도 별 어려움 없이 바로 탔고 해서 별 두려움은 없다. 새 스케이트의 가격이 두려울 뿐이다.
아이스 스케이트 종류가 이렇게 많았던가. 하키, 피겨, 피트니스 대충 세 부류인 듯하고 발 폭이 좁은 것, 넓은 것, 브랜드, 가격대 이렇게 고려해야 될 7가지 정도를 염두에 두고 고르기 시작한다. 오늘은 양말 세 개 겹쳐 신고 나왔다. 영하 10도까지는 양말 두 겹, 영하 20도 육박하면 세 겹으로 신는다. 오늘은 트리플삭스 데이! 영하 20도쯤 된다 소리다.
두꺼운 양말 두 개 겹쳐도 들어가도록 한 사이즈 큰 걸 고르고 한국돈 6만 원 정도의 중고 스케이트를 들었다 놨다 고민을 하는데 아무리 봐도 스케이트 상태가 마음에 안 든다. 새 거는 15만 원 정도 하는 가격이라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올해는 안 사고 내년에 애들 발 커져서 올해 새로 장만한 스케이트 작아지면 애들 타던 거 내가 물려받는 게 어떨까 남편한테 조심스레 말을 꺼내 본다. 가족 모두 어디 가면 식구들 놀 때, 혼자 짐 지키고 앉아 있던 모습이 싫었나 보다. 같이 좀 하자고 작아져서 내년에 못 신는 것도 아니고 마음에 드는 새 걸로 사라고 부추기는 남편의 성화에 떠밀리듯 새 스케이트를 구매한다.
매번 애들 거 남편 거 먼저 챙기다 보니 내가 사용하겠다고 뭔가를 새 거로 선뜻 산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검은색에 빨간 포인트 색이 들어 가 있고 인라인스케이트와 비슷한 디자인이라 친숙한 피트니스용 아이스 스케이트를 구매하고 스케이트 날 커버는 빨간색으로 선택한다. 집에 와서 보니 볼수록 마음에 든다. 앞으로 겨울마다 꺼내서 탈 거 생각하니 새 거로 사길 잘했다 싶다. 어린 시절 새 신발 생겼을 때 머리맡에 두고 잘 정도로 기분 좋던 설렘을 지금 다시 느낀다.
남편과 큰아이는 아이스하키용 스케이트, 둘째는 피겨스케이트, 나는 피트니스용 스케이트 이렇게 각자 원하는 타입으로 갖추고 나니 아이스 스케이트 타러 갈 날이 기다려진다. 영하 20도에 실외에서 타기엔 너무 추울듯하니 실내 스케이트장으로 물색해 봐야겠다. 가족이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취미 생활을 하나 더 추가해서 기분이 좋다.
다음 주 날씨를 체크하니 최저 기온 영하 17도 아래로 내려가는 날은 없어서 다행이다. 한국의 다음 주 날씨를 보니 부러운 마음이 든다. 괜히 봤다. 비교하지 말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