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상담
아이가 학교에 들어간다는 것은 아이만 긴장되는 일은 아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도 다른 느낌이라고 하지만 학교는 차원이 다르게 엄마인 나도 긴장이
된다. 아침에 정해진 시간에 보내야 하고 중간에 간식시간도 없으니 아침에 뭐라도 꼭 챙겨 먹이고 보내야 한다. 식탐이 많은 아이도 아닌데 학교에 갔다 오고 스스로 아침에 배를 채우고 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짠하다.
신학기에 한창 코로나 확진자가 많아져서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도 하고 등교를 시켜야 했다. 아이들은 음성인데 내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다.
나: 선생님, 제가 코로나 검사 결과 양성이 나와서 …… 월요일부터 등원합니다.
선생님: 네, 이제는 등원 아니고 등교입니다.
나: 네, 등교하겠습니다.
헉 …… 처음엔 ‘그냥 넘어갈 수 있지. 이렇게 콕 집어서 말씀해야 했나.’ 싶었다. 하지만 초반에 잡아 주지 않으면 나는 또 잘못된 단어로 계속 사용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바로 시정했다. 주변 선생님한테 들어보니 1학년 엄마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라고 한다. 그리고 2학기가 되어서도 등원, 하원이라는 단어를 쓰는 엄마들도 있다며 선생님들은 그 단어가 거슬리는 것 같다. ‘아직도 자기 자식이 유치원생인 줄 아나?’이런 느낌일까?! 아들과 같은 반 엄마이자 내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도 나와 같은 실수를 했다고 한다. 그 친구에게도 선생님이 같은 답을 주셨다는 말에 웃음이 났다.
그리고 며칠 후 전화상담을 했다. 전화상담을 하기 전에 걱정부터 앞섰다. 말하나 단어 하나 실수에
이렇게 콕 집어서 말하시는 선생님, 아이가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공감해주지 않고 원리, 원칙만 따지는 것은 아닐까?! 안 그래도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들인데 학교 적응이 더 힘들지는 않을까?! 아들 친구들로부터 아들이 선생님한테 지적을 많이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더 걱정이 됐다.
유치원 상담은 선생님이 전화가 오는데 초등학교 상담은 학부모가 정해진 시간에 전화를 한다. 1분도 늦지 않고 정확히 하기 위해 집중했다. 상담이 시작되었다.
우리 아이는 어떤 아이인지, 선생님이 할 말이 많다고 하셨다. 집에서는 무슨 놀이를 하면서 지내는지, 밥은 어떻게 먹는지 등등
우리 아이는 그림을 잘 그린다. 표현력이 좋다. 역할 놀이를 좋아하고 특히 신비 아파트를 과하게 좋아한다. 겁이 많고 예민한 편이다. 친구 사귀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집에서는 놀이를 주도한다.
1. 밥을 먹을 때는 밥과 반찬을 같이 먹는 게 아니라 밥이나 반찬 하나씩 다 먹는다. 선생님도 받는 모습에 놀라 했다. 편식하는 줄 알았는데 그것은 아니고 하나씩 먹는다고 말씀하셨다. 음식을 혀에 살짝 대보고 괜찮으면 먹는단다. 아주 천천히……집에서는 사실 대부분 먹여주기 때문에 밥이랑 반찬을 같이 먹여주지만 스스로 먹을 때는 따로따로 하나씩 먹는다. 그리고 냄새가 심하거나 보기에 안 좋은 음식은 절대 먹지 않는다.
2. 겁이 많다. 물을 무서워하고 학교 계단이 무섭다고 했다. 선생님이 지켜봤는데 정말 계단을 조심조심 천천히 내려온다고 했다. 급식 먹으러 줄을 설 때도 잘 안 따라와서 데리고 온다고 하셨다.
3. 바른 자세로 앉아있기도 힘들어한다. 수업 중에 책을 펴라고 하는데 책을 혼자 안 꺼내고 있어서 아들 이름을 여러 번 부른다고 했다. 집에서 이야기할 때도 가만히 있지 않아서 이야기할 때는 가운데 의자에 앉아서 말하라고 하거나 매트 안에서만 연기하라고 구역에 정해준다. 그 구역을 벗어나면 엄마가 집중을 책상에 바른 자세로 앉는 것은 많이 좋아져서 칭찬도 해줬다고 하신다.
4. 아들이 집중 안 하고 학교에서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더니 선생님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고 했다. 유치원에서도 담임선생님께서 항상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하고 두 번은 설명해주면 이해해서 잘 따라 한다고 했었다. 결론은 우리 아들은 아주 많이 느린 진짜 1학년……
5. 나의 궁금한 점은 쉬는 시간도 5분이고 돌봄 교실도 안 하는데 친구를 사귀었을까? 같이 노는 친구가 있다고는 하는데 쉬는 시간이 짧아서 점심시간에 밥 먹고 나서 30분 정도 여유가 있을 때 실컷 놀라고 했단다. 아직 아들은 친구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뭘 해야 할지 모르고 교실을 방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 또 짠하다.
상담을 마치고 태권도 학원에서 아들을 데려왔다. 선생님이 칭찬한 부분만 아이에게 말해줬다. 아들이 선생님 말이 어렵다고 했다. 선생님이 지시한 행동을 하고 있는데 다른 행동을 지시한다고……
선생님과 상담 후 이 말도 이해가 되었다. 우리 아들은 느리다. 내가 너무 아들을 독립적이게 키우지 못한 것 같은 후회가 밀려왔다. 그리고 육아 단축 근무하는 동안 잘 보살펴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젓가락질도 연습해보기, 대변보고 스스로 닦기…… 조금씩 하다 보면 잘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아들아~ 조금 느려도 괜찮아! 엄마랑 함께 잘해보자.
(상담 후에는 선생님과 가까운 앞자리에 앉아서 선생님이 내주신 과제도 척척 잘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