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단 원리를 스스로 깨우친 아들 이야기
잠자리에 들기 전이었다. 6살 딸은 어린이집에서 늦게까지 있다가 태권도까지 하고 집으로 돌아와 재우려고 마음만 먹으면 쉽게 재울 수 있었다. 집안일이 끝나지 않아 이것저것 하다 보면 밤 9시가 훌쩍 넘는다. 설거지까지 하면 아이들의 수면시간이 부족하다. 요즘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는 덕분에 아침에 식기세척기를 돌리고 출근을 한다.
"얘들아, 이제 자야 해~ 침대방으로 가자."
딸은 오빠방 침대에서 자겠다고 하고 초2인 아들은 침대방에서 자자고 한다.
아들방에 있는 침대는 1인용 침대라 3명이 자기에 너무 좁다.
"난 여기서 잘래~"
"야~ 여기 너무 좁아서 안돼!"
"한 명이 바닥에서 자면 되잖아."
"그럼 네가 바닥에서 자"
"알았어~"
"야~ 그럼 너 여기서 자. 나랑 엄마는 침대방으로 간다"
제대로 된 방을 주지 못해 미안한 딸인데 바닥에서 자겠다고 한다. 안쓰러운 마음에 딸을 엎고 침대방으로 이동했다. 딸을 업자 아들도 같이 안아달라고 한다. 둘을 앞뒤로 안고 침대방으로 이동했다.
'이 껌딱지들~ 언제까지 이렇게 엄마한테 딱 붙어있을 거야?!'
오늘은 마냥 귀엽다. 아이들의 행동은 같은데 나의 심리 상태에 따라 짜증이 날 때도 있고 행복할 때도 있다.
갑자기 "엄마는 나를 싫어할 때도 있잖아."라고 말했던 딸의 목소리가 들린다. 딸에게도 말해주었지만 딸이 정말 사랑스럽고 예쁘다. 가끔 왜 이러나 싶을 때도 있지만 싫어하는 감정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잠자기 전에는 항상 비슷한 패턴으로 침대방에 들어간다. 10시 전에는 꼭 재우자는 마음으로......
딸은 금방 잠드는 날이 많지만 아들은 보통 한 시간은 늦게 자는 것 같다. 침대 주변을 돌아다니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하고 걱정이 많기도 하다. 오늘은 갑자기 학습지를 밀리면 다음에 해야 할 학습지 양이 많아진다고 얘기했다.
하루에 5장씩 풀던 학습지를 2장으로 줄였다가 다시 3장으로 늘렸다. 아들의 동의하에 아빠의 반 강요로 3장씩 풀기로 했다. 1학년 때 힘들어하던 학습지도 2학년이 되어서는 곧 잘 풀고 있어서 기특하다. 자기가 한 말을 스스로 지키려는 노력이 힘들어 보이면서도 대견하다. 요즘 문제가 조금 어려워지자 힘들어했지만 결국 끝까지 풀었다.
"엄마, 제가 학습지를 하루 밀리면 3장을 더 풀어야 하고, 2일 밀리면 6장을 더 풀어야 하고 , 3일 밀리면 9장?!"
"민율아, 그게 곱셈이야~ 하루에 3장씩 푸니까 1일 밀리면 3장을 풀고 2일 밀리면 6장을 더 풀어야지 3일 밀리면 9장~"
"엄마~ 그런 거야?!' 엄마~ 나 그럼 5단까지 할 수 있어! 9단까지 해야 하나?... "
구구단의 원리를 깨달은 아들이 신이 났다. 수학 공부하자고 마음먹고 하는 공부가 아닌 자연스럽게 유도해서 배울 수 있는 배움이 좋다. 그래서 나도 신이 났다.
유치원 때부터 친구 아들이 우리 아들에게
"야~ 너 초등학교 가면 구구단 알아야 해~"라고 말해서 아들이 울었던 사건이 있었다. 안 그래도 걱정과 두려움이 많이 아들에게 그런 말은 한 친구 아들의 마음도 안다. 진심이라는 걸... 나는 아들에게 지금 몰라도 괜찮다고 했다 친구도 아들에게 " 민율이를 가르치는 건 민율이 엄마가 하는 거라고 " 알려주고 사과까지 시켰다. 친구는 아들에게 설득할 때나 설명할 때 조리 있고 이해하기 쉽게 잘 말해주는 것 같다. 나도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가끔 아들과 대화하다 보면 내가 설명을 잘 못해서 그런 건지 아들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건지 갸우뚱할 때가 많다.
그런데 이번 구구단 원리를 설명해 줄 때는 이야기가 잘 통했다. 아들이 1단부터 5단까지 외웠다. 4단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지 다른 단보다 더 느렸지만 기다릴 수 있었다. 그리고 잘했다고 말해주었다.
"무조건 외우는 것보다 원리를 알고 외우면 더 쉬워~. 잘했어! 기특하다 우리 아들."
뭔가 꼭 될 것 만 같은 아들이다. 진짜로!!!
엄마는 널 믿고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