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행복
우리 집에는 4 식구가 산다. 식탁 포함 책상은 6개나 된다. 하나는 남편방에 있는 컴퓨터 책상, 하나는 초등학생이 된 아들방에 있는 공부 책상 그리고 그 옆에는 원래 내가 쓰던 작은 책상, 거실에는 딸 미술 책상과 내 큰 책상 그리고 주방에 식탁이 있다.
주방에 있는 식탁에서 식사도 하고 내가 공부도 하는 책상으로 사용하다가 작은 책상 하나를 구입했다. 식탁 옆에 두기도 했다가 침대방에 두기도 했다가 지금은 아들 책상 옆으로 정착했다. 아들이 숙제나 학습지를 하는 동안 옆에서 책을 읽거나 기록을 하는 용도 또는 아들 책가방과 유인물을 두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딸 미술 책상은 원래 아들과 딸이 그림 그릴 때 쓰는 사용하는 역할이었는데 딸에게 베란다 공간에 방을 만들어 주면서 개인 책상이 되었다. 여름에는 베란다가 너무 더워서 거실로 책상을 옮긴 상태이다. 지금 내 책상도 원래 남편 방에 놀고 있던 책상이었는데 공간만 차지하고 제 역할을 못하는 거 같아서 과감하게 거실로 빼고 내 책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원래 가지고 있던 작은 책상보다 책상다운 책상이 내 책상이 되었다. 이 책상은 신혼 때 구입한 책상인데 옆에 시트지가 부분 부분 뜯어진 상태지만 책상 위는 깨끗하니까 꽤 쓸만하다. 정리된 공간에서 집중해서 내일에 집중할 수 있는 순간이 행복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 내가 이 책상에만 앉으면 딸이 와서 내 무릎에 안는다거나 내가 쓰는 노트에 딸이 쓰기 시작했다. 딸도 엄마책상이 마음에 들었는지 장난감을 가지고 와서 놀기도 하고.... 그냥 뒀더니 내 책상이 점점 어질러지기 시작했고 앉아있기도 싫은 공간이 되어버렸다.
요즘 머리가 복잡하고 일이 손에 안 잡히는 느낌이 들었다. 안 되겠다 싶어 오늘은 남편에게 아이들을 재우라고 하고 내 책상을 정리했다. 책상 위에 공간이 생기는 그 순간! 내 마음은 차분해졌다. 각자의 공간이 있는 게 이런 거구나! 깨닫는 순간이다.
아들도 그림을 그리거나 공책에 무언가 쓸 때는 자기 책상으로 간다. 딸도 색종이를 오리거나 낱말 한 자 한 자를 적을 때 자기 책상에 간다. 남편도 휴식을 취할 때 컴퓨터 책상으로 간다. 나도 생각을 정리할 때는 내 책상으로 간다. 각자의 책상에서 방해받지 않는 공간, 나도 내 책상의 소유권을 지키고 깨끗함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두는 순간이다!
나만의 책상이 있다는 건, 내가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작은 행복이다. 이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서 내 책상을 깨끗하게 유지해 주는 것 또한 나의 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