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에서 생긴 궁금증
초등학교 1학년인 딸아이는 집돌이인 아들과 달리 놀이터도 좋아하고 친구도 좋아한다. 놀기 좋아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꼭 어릴 적 나를 보는 것 같다. 어느 날, 놀이터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물었다.
“엄마, 왜 내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차에서 사람들이 나만 보면 인사해?”
“응? 어떻게 하는데?”
“손을 막 흔들어~”
“아~~! 그건 서율이 먼저 지나가라는 뜻이야~”
“난 또, 나한테 인사하는 줄 알았어.”
아이의 질문을 듣는 순간 웃음이 터졌다. 종종 아이와 대화하다 보면 나도 아이처럼 마음이 맑아지는 순간이 있다.
나는 궁금해졌다.
“서율아, 그럼 너는 차에서 사람들이 인사하면 어떻게 했어? 같이 인사했어?”
“아니, 모른 척 지나갔는데.”
사실 나는 아이가 같이 손을 흔들었길 바랐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이 입장에서는 ‘왜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인사하지?’ 하며 겁이 났을 수도 있고, 당황스러웠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바쁜 출근길, 아이를 먼저 보내주려고 손을 흔드는 것일 텐데 아이가 멀뚱히 서 있으면 귀여웠을까? 초조했을까? 아니면 답답했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차 안에서 손을 흔든 사람들이,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아이들을 보며 잠시나마 기분 좋은 아침을 시작했기를 바란다.
문득 전에 딸이 했던 질문이 떠올랐다.
“엄마, 엄마는 사람 모른 척해본 적 있어?”
“응, 있지~”
“언제?”
“엄마는 아는 얼굴인데도 상대방이 ‘아는 척 안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보일 때, 모른 척할 때가 있어.”
“모른 척 몇 번 해봤어?”
“글쎄… 잘 모르겠는데? 열 번?”
딸의 질문에 나는 대답했지만, 사실 그때는 ‘너도 모른 척해본 적 있니?’라고 되물었어야 했는데, 목적지에 도착하는 바람에 대화가 끊겨버렸다.
내가 아는 딸은 아마 쑥스러워서 모른 척했을 가능성이 크다. 놀이터에서 아는 친구를 만나도, 자주 노는 친구가 아니면 먼저 나에게 와서 “엄마, 저기 누구 왔어”라고 말하고, 내가 인사하라고 하면 그제야 손을 흔드는 딸이니까. 그런데 막상 놀기 시작하면 전혀 소심해 보이지 않는 아이! 그 모습이 나를 닮은 건 아닐까 싶다.
사실 나는 아는 사람인 줄 알고 모르는 사람에게 “어?!” 하고 먼저 소리를 내 민망했던 적도 많다. 가끔은 아는 척하는 리액션이 먼저 나와서 ‘왜 그랬을까’ 하고 혼자 자책할 때도 있다.
아이 덕분에 나의 작은 습관과 순간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와 주고받는 이런 짧은 대화들이 내 하루를 맑고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