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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기문 Sep 30. 2015

주인 없는 문방구,  닫다

25년 전, 덕산 초등학교에는 주인 없는 문방구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양심이 주인이 되어, 아무도 없어도 물건을 사고 계산하는 

문방구였습니다. 

주인 없는 문방구는 

도시처럼 풍족하지는 않지만 마음만은 부자라 생각하던 

시골 아이들과 선생님의 자랑이었습니다.   


교실에는 초등학교 1학년 40명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적막이 흐릅니다.  

밖에서는 아이들의 침묵을 질책하듯 비바람이 창문을 때립니다. 

 아이들은 느리게 좌우로 왔다갔하는 선생님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이윽고 선생님의 발걸음이 멈춰 섭니다. 


"모두 눈을 감고 범인이 우리 반에 있다면 살짝 손을 들도록 해라" 

 

선생님의 말씀에 눈을 감은  그때, 한 아이가 자연스레 한 달전 그날을 떠올려 봅니다. 


흐린 토요일, 주번인 아이는 교실 문을 잠급니다. 열쇠 반납을 위해 교무실로 향합니다.

교무실 앞에 있는 주인 없는 문방구를 힐끔 본 후 

아이는 자연스레 눈알을 움직여 교무실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합니다. 


혹시나 누가 물건을 놓고 갔는지도 모릅니다. 

화장실에서 가만히 기다립니다. 5분이 지나서야 복도로 나갑니다.

후문 쪽에 혹시나 소사아저씨가 있는지 고개를 내밀어 봅니다. 

아무도 없음을 알고 곧 바로 '주인 없는 문방구'로 향합니다.

문방구는 나무찬장의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복도 창가 쪽에 있고 찬장 위에 돈을 지불하는 돈통이 있었습니다. 

아이는 한순간의 망설임 없이 문방구의 문을 열고 20 색깔 크레파스를 꺼내 들었습니다.


"아무도 모르겠지"


아이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크레파스를 가방을 넣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주 오래 전일이라 아무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주인 없는 문방구의 도둑은 아직도 그 날을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교실에서 모두가 눈 감던 날 그 한 명이 손을 들고 자신의 죄를 고했다면 

지금도 주인 없는 문방구는 있을지도 모릅니다.                           

전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후회하고 있습니다. 

제가 잘못을 했기에 문방구는 문닫았습니다.

비겁한 침묵을 했기에 문방구를 되돌릴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 비겁한 침묵을 다시는 하지 않기 위해

지금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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