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에 닿지 못해 돌아간 시간들에 대하여
그 장면이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다.
오래전 예능 프로그램 <골목식당>에는
20년 넘게 떡볶이를 만들어온 사장님이 출연했다.
그분은 누구보다 성실했다.
더 맛있는 맛을 찾기 위해 온갖 재료를 섞어보고,
매일 레시피를 바꾸고,
주변에 묻고 또 물으며 20년이라는 세월을 연구에 바쳤다.
하지만 돌아오는 손님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맛이 없어요.”
솔루션 과정에서 전문가가 아주 간단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인터넷에서 제대로 된 레시피를 찾는 법을 알려준 것이다.
그 방법을 배운 사장님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이걸 진작 알았으면… 이렇게 오래 돌아오지 않았을 텐데요.”
그 한 마디가 유독 오래 남은 이유는,
실패의 원인이 노력이 부족해서도 재능이 없어서도 아니라 단지
‘정보에 닿는 적절한 방식’을 몰랐다는 사실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나는 호텔에서 10년 넘게 HRD(인적자원개발) 담당자로 일했고,
지금은 사람들에게 AI 활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새로운 기술을 마주하고 주저하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그 떡볶이 사장님을 떠올린다.
내 앞에 계신 분들은 대개 자기 분야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숙련자들이다.
풍부한 경험이 있고 자신만의 판단 기준도 분명하다.
그런데 유독 최신 기술 앞에서는 조심스러워진다.
“이건 젊은 사람들이나 쓰는 것 아닌가요?”라며 뒷걸음질 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에 접근하는 문턱의 문제일 뿐이다.
사실 과거의 '검색'은 불친절했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알아야 했고,
수많은 결과물 중 무엇이 진짜인지 가려내는 피로감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AI는 다르다. AI는 지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맥락을 이해한다.
검색창에 '떡볶이 황금레시피'를 치면 수만 개의 결과가 쏟아지지만,
AI에게는 이렇게 물을 수 있다.
"내가 20년 동안 고추장과 설탕 비율을 이렇게 써왔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깔끔한 매운맛을 내려면 여기서 뭘 더 빼거나 더해야 할까?"
이 지점에서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내 생각을 정리해 주는 옆자리 동료가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AI라는 도구는 현장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 잘 쓴다.
AI는 질문자의 수준만큼 대답하기 때문이다.
재료의 특성을 모르는 초보보다,
20년간 고추장을 만져온 사람만이 던질 수 있는 디테일한 질문이 만났을 때
AI는 비로소 최고의 답을 내놓는다.
숙련자들에게 AI는 정보를 처음부터 배우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자신의 단단한 경험 위에 최신 정보를 효율적으로 얹어주는 날개가 된다.
가끔 생각한다.
그 떡볶이 사장님이 20년 전 AI를 만났다면 어땠을까.
혼자서 모든 것을 짐작하고 감내하며 그 긴 세월을 돌아오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적어도 자신의 성실함이
'맛없는 결과'로 이어지는 고통에서는
일찍 해방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브런치에 이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다.
AI 활용법이라는 기술적 나열이 아니라,
정보에 닿는 방식이 달라졌을 때 우리의 삶이 얼마나 존엄하게 지켜질 수 있는지를 말이다.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새로운 정보라는 벽 앞에서 잠시 멈춰 섰던 분들이,
각자의 숙련된 경험에 AI라는 도구를 더해 다시 힘차게 나아가는 장면들을 하나씩 담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