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도 공부는 사라지지 않는다.
“AI 쓰면 코딩 공부 안 해도 되는 줄 알았는데...”
나의 남편이 최근에 나에게 털어놓은 고민이다.
AI가 짜준 코드 덕분에 언어의 장벽은 거의 사라진 것 같다고 했다.
자바든 파이썬이든, 일단 코드는 나온다.
그런데 말을 이어가던 그가 잠시 멈췄다.
자바 앞에 선 자신과, 파이썬 앞에 선 자신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오래 자바 개발자로 일해온 터라 자바 코드는 눈에 잘 들어온다고 했다.
흐름이 보이고, 어디가 위험한지도 감이 온다.
그런데 파이썬은 그렇지 않단다.
코드는 보이는데 의미가 안 들어온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묘한 불확실성.
그래서 그가 나에게 물었다.
“다시 파이썬을 공부해야 할까?”
그 질문을 듣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AI 시대가 되면
우리는 정말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렇지는 않다.
계산기가 처음 나왔을 때도 비슷했다.
이제 사람은 더 이상 계산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겼다.
하지만 공부는 사라지지 않았다.
단순 연산은 기계가 맡았고,
사람은 어떤 식을 세워야 하는지,
이 결과가 말이 되는지 고민하는 쪽으로 이동했다.
컴퓨터가 보급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타이핑과 정리는 기계의 몫이 되었고,
사람은 구조와 의미를 다루는 법을 배웠다.
인간은 늘 그랬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멈추지 않았다.
그 기술을 디딤돌 삼아, 다음 단계로 올라갔다.
공부가 사라진 적은 없었다.
방향만 달라졌을 뿐이다.
AI도 다르지 않다.
아무리 모든 것을 대신해주는 것처럼 보여도,
우리는 그 지능 위에 다시 올라설 것이다.
그 질문을 던졌던 그는
아마 다시 코딩을 공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방식은 아닐 것이다.
파이썬 문법을 외우는 고단한 공부가 아니라,
AI가 내놓은 수많은 답안 중에서
‘정답’을 골라내는 안목을 기르는 공부.
직접 짤 줄은 몰라도,
무엇이 틀렸는지는 알아채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과정.
그렇게 그는
파이썬을 배우지 않고도
파이썬을 완벽하게 다루는 사람이 되어갈지도 모른다.
우리는 늘 그래왔다.
도구에 대체되는 게 아니라,
그 도구를 밟고 한 단계 위로 올라서는 것.
어쩌면 이게
우리가 새로운 기술을 마주하며
나아가고 있는 진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