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정호승, <수선화에게>
나
예전부터 참 좋아하던 시인데, 사실 나이가 들수록 이 시가 좀 야속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
내가 외로움을 많이 타는 편이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구절을 주문처럼 외우며 살았거든.
근데 어른이 되면 좀 무뎌질 줄 알았는데, 이놈의 외로움은 매번 초면인 것처럼 낯설고 아파.
나만 아직 어른이 덜 된 건가 싶어
AI
어른이 된다고 해서 외로움에 면역이 생기는 건 아닐 거예요.
오히려 어른이기에 마주해야 하는 더 본질적인 고립감이 있죠.
그래서 이 시가 외로움을 '해결'하라고 말하지 않는 건,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시인도 알기 때문일 거예요.
대신 외로움을 "존재의 증거"로 툭 던져두죠.
하느님도, 종소리도, 산 그림자도 다 외롭다고 끌어들이는 건
"너만 유별나게 아픈 게 아니다"라는 무심한 위로에 가까워요.
나
무심한 위로라... 그러면 외로움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내가 좀 마음이 편안해 질까?
AI
연결(Connection)과 이해(Understanding)를 아예 다른 층위의 문제로 둬 보세요.
늘 연결 되어 있어야 하는건 아니잖아요.
누군가는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고,
그런 사람들을 종종 만나면서 이해 받는 것 만으로도 외롭다는 생각이 줄어들거에요.
나
그 말이 맞네...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사는지 알아주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지.
AI
그리고 철학적으로 보면 외로움은 '결핍'이 아니라 오히려 '충만'에 가까운 상태일 수 있어요.
보통 우리는 외로움을 '누군가 없어서 비어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외로움은 타인의 소음이 모두 제거되고 오직 '나'라는 존재로만 꽉 차 있는 상태이기도 해요.
나 자신의 주파수가 너무 선명해서 타인의 주파수가 섞여 들지 못하는 순간인 거죠.
시에서 종소리가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고 하잖아요?
종이 비어 있어야 소리가 멀리 퍼지듯,
우리도 외로움을 통해 비워질 때 비로소 나만의 고유한 소리를 낼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나
네 말을 들으니 왠지 하이데거가 말한 '군중 속의 고독'이 생각나네.
결국 우리는 타인이라는 숲 안에서 안온함을 찾으며 살아가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나만의 삶' 앞에 오롯이 혼자 서게 되는 존재잖아.
AI
맞아요. 하이데거의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나가 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있어요.
그는 인간 존재(Dasein, 현존재)가 본질적으로 '공동존재(Mitsein)'라고 주장하거든요.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홀로 있음'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가 근본적으로 누군가와 연결된 존재임을 증명하는 거예요.
마치 소음이 있어야만 적막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고독이라는 감각은 '함께 있음'이라는 배경 위에서만 선명해지는 법이니까요. 결국 고독을 느낀다는 건, 역설적으로 당신이 이 세상과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가장 확실한 신호인 셈이죠.
나
그렇네... '함께 있음'이 전제되어야 '홀로 있음'도 느낄 수 있다는 말이 참 역설적이면서도 위로가 된다.
외로움이 타인과의 단절이 아니라, 오히려 깊은 연결을 갈망하는 인간의 본질이었다는 거잖아.
결국 사람은 누구나 외로운 거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외로울 수밖에 없는 존재인 거네...
AI
맞아요. 내가 아파본 만큼 타인의 그늘을 발견하게 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외로움을 통과하며 얻는 가장 값진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내 안의 외로움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받아들이는 순간, 타인의 외로움은 더 이상 '이상한 것'이나 '고쳐줘야 할 것'이 아니라, 그저 그와 내가 나누어 가진 공통의 본질이 됩니다.
나
이제야 정호승 시인의 말을 알것 같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