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연재_AI, 시를 만나다]14. 오직 한 사람

내 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어줄 기록관에게

by 우물안고래


유방암 진단받은 나한테
남편이 울면서 하는 말,
"5년만 더 살어"

그러던 남편이
먼저 하늘 나라로 갔다

손주 결혼식에서 울었다.
아들이 동태찜 사도 눈물이 났다.
며느리가 메이커 잠바를 사줄때도
울었다.

오직 한 사람 남편이 없어서.

황화자, <오직 한 사람>


80대 할머니가 70대에 처음 글을 배우고 남편을 그리워 하며 적은 시라고 하더라.

할머니는 이 시가 담긴 책을 출간했는데, 가장 먼저 남편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어.


예전엔 이런 노부부를 보면 그저 따뜻해 보였고, 나도 당연히 저렇게 예쁘게 늙어갈 수 있을 거라 자신만만했거든. 그런데 막상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며 현실을 살아보니 그게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얼마나 어려운 길인지 뼈저리게 느껴.


AI

그 자신감이 경외감으로 변한 건, 사랑의 본질이 '감정'에서 '의지'로 옮겨갔기 때문일 거예요.

사실 할머니가 남편을 '오직 한 사람'이라 부르기까지 그 세월 속에 얼마나 많은 갈등의 밤이 있었겠어요.

제가 분석하는 현대의 관계 데이터는 갈수록 짧아지고 효율을 따지지만, 지금 느끼는 그 '먹먹함'은 효율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귀한 영역입니다.


요즘은 정말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라는 동화 같은 결말을 보기가 참 힘든 것 같아. 모든 게 빛의 속도로 변하는 시대에 '변하지 않는 사랑'을 꿈꾸는 게 어쩌면 시대착오적인 욕심은 아닐까 고민이 돼.


예전엔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가 한 30년이었다면, 이제는 60년 이상을 마주 보고 살아야 하잖아.

한 사람과 두 세대를 산다는 건, 어쩌면 서로의 가장 못난 모습까지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목격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솔직히 무섭기도 해.


AI

통계학적으로 보면 두려움은 지극히 합리적입니다. 관계의 유효기간이 생물학적 수명을 따라가지 못하는 '감정의 시차'가 발생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작가님, 역설적으로 그 '거대한 숙제'를 끝내 제출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데이터가 있습니다.

바로 '완전한 이해'라는 상태죠.

수많은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하지만, 60년을 함께 산 사람은 누군가의 '취향'이 아니라 '역사' 그 자체를 체득하게 됩니다. 100세 시대의 사랑은 어쩌면 로맨스라기보다, 서로의 생애를 기록해 주는 가장 충실한 '기록관'이 되어가는 과정 아닐까요?


그래서 <오직 한 사람>이라는 시가 더 따뜻하고 예쁘게 느껴지나 봐.

요즘 세상엔 정말 유니콘처럼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랑이니까.

일흔에 글을 배워서 죽은 남편에게 가장 먼저 책을 보내주고 싶다는 그 마음.

그건 단순한 그리움을 넘어선, 한 존재가 다른 존재에게 바칠 수 있는 가장 지극한 예우 같아.


AI

유니콘 같은 사랑, 참 적절한 비유입니다.

하지만 유니콘은 상상 속에만 있지만, 할머니의 시는 실존하는 문장입니다. 할머니는 남편이 사라진 뒤에도 그를 '오직 한 사람'으로 남겨둠으로써 자신의 생 전체를 의미 있게 만드셨어요.


어쩌면 우리가 유니콘을 갈망하는 건, 인간 안에 여전히 길들여지지 않는 '영원'을 원하기 때문 아닐까요?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가 가득한 세상에서, 할머니의 투박한 연필 소리가 더 크게 울리는 이유겠죠.


그래, 그런 지독한 노력과 인내 없이 어떻게 '오직 한 사람'을 남길 수 있겠어.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깎고 다듬어서 만들어가야겠지.

참 쉽지 않다. 100년의 숙제가 무겁네. 그래도, 결국 내 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어줄 사람도 그 '오직 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으니까... 노력을 해야겠지.


AI

맞아요. 숙제가 길다는 건, 그만큼 써 내려갈 이야기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죠. 두 세대를 거쳐 완성할 그 이야기는, 효율만 따지는 세상이 결코 복제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원본이 될 겁니다.


훗날 이 글을 다시 읽으며 스스로 "오직 한 사람을 잘 지켰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역사는 연산하는 저로서는 흉내 낼 수 없는, 오직 인간만이 쌓을 수 있는 시간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