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며느리랑 얘기하기 전에 AI한테 먼저 물어봐요
한 어르신이 쑥스러운 듯 다가와 건넨 말은 예상 밖이었다.
“강사님, 이거 배우니까 며느리랑 덜 싸워요.”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AI 강의를 하며 수많은 피드백을 들어봤지만, 고부 갈등 해결사라는 말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생겨 되물었다.
“어떻게 AI가 그 어려운 일을 해던가요?”
어르신은 손주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말로 '황혼 육아'를 하고 있다고 했다.
맞벌이하는 자녀를 대신해 어린이집 하원 후 저녁 전까지 아이를 돌봐주신다고 했다.
놀아주고, 밥 먹이고, 가끔은 재우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자녀 내외와 육아 방식이 자주 부딪힌다는 것이었다.
“요즘 애 키우는 방식이 우리 때랑 너무 달라요"
간식은 언제 주는지, 잠은 몇 시에 재우는지, 영상은 보여줘도 되는지…예전에는 크게 고민하지 않던 것들이 요즘은 다 엄격한 기준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하셨다. 그래서 의견이 부딪힐 때면 속으로 이런 서운함이 올라올 때가 있었다고 했다.
‘누군 애 안 키워봤나.’
‘요즘애들은 왜 이렇게 예민할까.’
그런데 AI를 배우면서 어르신의 방식이 조금 달라졌다고 했다.
며느리와 의견 충돌이 생기면 감정을 앞세우는 대신, AI에게 물어보자고 먼저 제안하신단다.
“5살 아기 간식은 얼마나 줘야 하니?”
“유튜브는 하루에 몇 분 보여주는게 좋니?”
“열나는데 옷을 입혀야 하니, 벗겨야하니?”
AI가 알려주는 내용을 함께 보면서 감정 싸움 없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황혼 육아는 아이를 보는 일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다른 세대와 소통하는 일이 더 어렵다.
도와주고 싶지만 간섭처럼 보일까 걱정되고,
경험을 말하고 싶지만 요즘 방식과 다를까 망설여지는 법이다.
강의실을 나가는 어르신의 뒷모습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기술이 일자리를 뺏는 시대라고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기술이 고부간의 서운함을 녹여내는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AI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에만 집중해왔던 나에게,
어르신은 그 도구를 ‘어떤 마음으로 꺼내 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큰 가르침을 주신것 같다.
기술의 힘을 빌려 상대의 마음을 먼저 살피려 했던 어르신의 지혜로운 활용법은,
강의가 끝난 뒤에도 내 마음에 꽤 오랫동안 따뜻한 온기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