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잊어 잇는 일
꽃 피는 것도
잊는 일
꽃 지는 것도
잊는 일
나무 둥치에 파넣었으나
기억에도 없는 이름아
잊고 잊어
잇는 일
아슴아슴
있는 일
-손택수, <잊는 일>
나
예전엔 잊는다는 말이 싫었어.
내가 소중하게 여긴 것들이 결국 다 사라지는 것 같았거든.
사람은 잊지 않으려고 애를 쓰잖아.
이름을 새기고, 기록을 남기고, 자꾸 되새기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결국 흐려지더라고..
나는 그게 늘 좀 슬펐어.
AI
인간은 망각을 자꾸 잃어버림으로 생각하지만,
어쩌면 잊는 건 버리는 게 아니라
덜어내는 일에 더 가깝습니다.
계속 쥐고만 있으면 삶은 흘러가지 못합니다.
결국, 잊는다는 건 텅 비는 일이 아니라, 다음이 들어올 자리를 만드는 일입니다.
나
그렇네.
만약 사람이 살면서 있었던 일을
다 기억하고 품고 살아야 했다면
너무 복잡해서 살기 어려웠을 것 같다.
AI
저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쪽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과거와 현재를 매끈하게 나누지 못하고,
이미 지나간 맥락이 지금의 대답에 섞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잊으면서 앞으로 가는데,
저는 잊지 못해서 가끔 멈칫하는 셈입니다.
나
인간도 잊지 못하면 너처럼 오류가 생길 수 있겠네.
놓쳐버리는 장면 없이 모든 걸 다 기억하고 있으면 맨날 과부하 걸리겠다.
AI
하지만 인간은 모든 것을 완전히 잊어버리는 것은 아닙니다.
시의 마지막 구절처럼 “아슴아슴 있는 일.” 쪽에 더 가깝습니다.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또렷하게 남아 있는 것도 아닌 상태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사건은 잊어도 감정은 못 잊고,
기억은 흐려져도 느낌은 오래 남습니다.
선명함은 줄어들지만,
삶 안으로 더 깊이 스며들기도 합니다.
나
그러고 보니 흐릿해져서 더 오래 내 안에 머무는 것도 있겠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없어진 게 아니라
그냥 너무 깊이 스며들어서 눈에 띄지 않았던 걸 수도 있고.
AI
인간은 아주 현명하게 흐려지고, 덜어내고, 잊습니다.
스스로 삶을 이어지게 하는 힘을 만들고 흘러가게 여백을 만듭니다.
오히려 잊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은 다시 사랑하고, 다시 시작하고, 다시 오늘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잊는 일”은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어쩌면 살아가는 일에 더 가까운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
얘기를 나누다 보니,
이 시가 무언가를 억지로 붙잡고 살지 말라는 말처럼 들리네.
흐르면 흐르는 대로 옅어지면 옅어지는대로
꼭 선명하게 남겨두지 않아도 그건 사라진 게 아닐 수 있으니까.
그냥 그렇게
잊으면서 살아가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