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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승일 Oct 04. 2024

내가 경찰버스를 탈 수밖에 없는 이유?

“382번이다, 휴 다행이다.”

 

“팀장님 저는 순경 589번인데 이번에 경찰관 기동대 갈까요? 이거 완전 불안불안합니다. 내년 상반기에 가고 싶은데….”


“그러게 아슬아슬 할 것 같은데. 일단 마음의 준비는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전 이번에 절대 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부서 한번 지원해 보려고요. 그리고 가면 운명이죠. 뭐”


“그래…?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어차피 네가 결정할 일이지만 충분히 고민했으면 좋겠다. 이건 선배로서 충고야 ”


사무실 컴퓨터 앞에서 저와 후배 경찰관이 나눴던 올해 1월 어느날의 대화였습니다.


경찰관이라면 누구나 아는 광경입니다. 1년에 두 번. 상반기(1월)와 하반기(7월)에 경찰관 기동대로 전출되는 명단을 경찰서 별로 내부 시스템을 통해 공개합니다. 순위는 승진년도와 나이 등을 종합해 결정됩니다. 물론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유보신청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2월. 저와 그 후배 경찰관(순경)은 경찰관 기동대로 발령이 났습니다. 그렇게 호언장담(豪言壯談)하던 후배는 제가 근무하는 바로 옆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처음부터 갈 것을 준비했더라면 지금 저와 같이 근무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지원할 때 희망하는 부서를 미리 접수하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지구대에서 함께 고생하고 추억도 많아 올해도 같이 근무하고 싶었습니다. 아쉬운 게 사실입니다.




경찰관들은 주로 집회, 시위를 담당하는 기동대 근무를 선호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물론 희망해서 경찰관 기동대로 발령 나는 직원들도 꽤 많습니다. 제 생각에 10명 중 두세 명은 본인이 희망해서 근무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앙경찰학교를 졸업하고 경찰관으로 정식  임용된 후 서울경찰청의 경우 2년을 무조건 기동대에서 근무해야 합니다. 누구보다 그 직원들이 기동대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와 대화했던 후배 경찰관도 그랬습니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꿈꾸던 수사나 지구대, 파출소에서 범죄예방 활동을 하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직장이나 매한가지겠지만 경찰관 기동대도 다양한 나이대와 직급도 엄격하게 세분되어 있습니다. 흔히 알고 있는 순경부터 팀장으로 있는 제 계급인 경감은 물론 일선 경찰서 과장급인 경정까지 계급도 여섯 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동대에 오면 일선에서 쌓은 경력이 단절되는 걸 아쉬워합니다. 경찰관들은 수사 업무를 제외하고도 워낙 다양한 부서가 있어 그곳에서 계속 경력을 쌓고 싶은데 기동대에 오면 그러지 못하는 게 부담입니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저를 포함해 주변 동료들은 대부분 그렇습니다.




경찰관 기동대 근무하길 잘했다?!


저는 경찰관이 된 후 거의 처음으로 기동대에 왔습니다. 임용된 첫해에는 청와대 주변 외곽 경비부서에서 근무했던 탓에 진정한 기동대 업무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낯선 환경과 경찰버스에서 하루 종일 있는 것 자체가 너무나 답답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다른 동료들과 무조건 함께 움직여야 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마찰도 많았습니다. ‘이걸 왜 하지’라는 의문이 많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보면 저는 좋은 팀장도 아니고 생활도 그닥 잘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약간의 군대(?) 문화가 무엇보다 쉽지 않습니다. 기존에 해오던 스타일에서 새로 바꾸는 것을 거부하는 것 같았습니다. 과거의 업무처리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잘 이해하고 무엇보다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참는 것도 많이 배웠습니다. 흔히 말하는 ‘생각이 다를 뿐 틀린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이해하려고도 노력합니다. 물론 쉽지만은 않습니다.


벌써 9개월째 접어들었습니다. 이제 4개월만 더 근무하면 일선 현장으로 다시 가게 됩니다. 물론 연장해서 내년에도 근무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올해 경찰관 기동대에 와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좋았습니다. 시위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사연들을 한 번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평소 갖지 않았던 사회의 다양한 모습도 보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제가 희망을 했든 하지 않았든 이곳에서 근무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경찰버스에서의 하루는 보람이 있고 즐겁습니다.


비가 오던 어느날 시청 앞에서 근무 전, 집회 현장을 보던 모습입니다.


어느 불법적인 시위 모습만으로 모든 집회, 시위를 동일시 바라보지 않습니다. 저는 진짜 그렇습니다. 오히려 가끔은 손을 내밀어 잡아주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직접적으로 그러지는 못합니다. 그럴 때는 마음이 아픈것도 사실입니다. 모든 경찰관이 그럴 겁니다.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집회, 시위자들을 바라봤으면 합니다. 물론 현장에서 뛰고 있는 경찰관 기동대도 그래 주길 바라봅니다.


저는 오늘도 누군가의 가슴 아린 마음 소리를 듣기 위해 경찰버스에 오릅니다. ‘부디 오늘은 따뜻한 소리만 들었으면 좋겠다’라는 희망도 함께 안고 지금 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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