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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승일 Sep 27. 2024

“화장실 갔다 올게”, 말하고 다녀와야 하는 이곳

“1만”


“2만”


“3, 1결”


“4만”


경찰관 기동대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 버스 안에서 크게 울려 퍼지는 함성들입니다. 무슨 말일까요? 군대를 갔다 온 남자들이라면 알 수 있는 말들입니다. 특히나 훈련소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듣게 되는 말입니다.


군대도 그렇지만 경찰관 기동대도 항상 팀이나 제대가 함께 이동합니다. 대부분 근무를 할 때도 그렇고 휴식을 취할 때도 팀별로 휴식을 취하게 됩니다. 그래서 팀원들에 대한 집중 관리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1만’은 1팀 소속 경찰관들이 모두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 ‘3, 1결’은 뭘까. 3팀 소속 경찰관 중의 한 명이 자리에 없다는 뜻으로 아직 출발하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기동대의 특성상 근무지나 대기 장소가 수시로 변경되기 때문에 항상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렇다 보니 식사를 할때도 버스에서 가까운 식당에서 식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화장실 갔다 올게”

  

“흡연장 갔다 올게”


“밖에서 전화 좀 하고 올게”


누구한테 하는 말일까요? 20대 젊은 경찰관은 물론이고 40대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둔 아버지 경찰관도 자주 하는 말들입니다. 경찰관 기동대에 근무하는 이상 어쩔 수 없습니다. 말했듯이 언제 어디로 이동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차에서 내릴 때는 반드시 어디를 가는지 팀원들에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팀장인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항상 버스 밖을 나갈 때는 팀원들에게 어디를 가는지 분명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버스가 이동할 수 없고 또 갑자기 근무를 나가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낙오자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버스에 함께 타고 있는 동료들은 한 몸처럼 움직입니다.


경찰버스의 잦은 이동과 불규칙한 근무 투입때문에 반드시 지켜야하는 우리들만의 규칙입니다.




“돈가스 어떠세요?”


“제육볶음 어떠세요?”


“순대국밥 어떠세요?”


삼시 세끼 중의 두 끼는 무조건 팀원들과 먹습니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가족들과 먹는 식사보다 팀원들과 먹는 밥이 훨씬 많습니다. 제가 속한 팀원들은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계급별(순경, 경장, 경사, 경위, 경감)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경찰관 기동대 팀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점심이나 저녁 메뉴를 선정하는 게 매우 어렵습니다. 세대별로 좋아하는 메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분은 제가 팀장이라도 아무런 우선권이 없습니다. 나이나 계급도 상관이 없습니다.


우리 팀은 단체 대화방에 돌아가면서 메뉴를 올리면 투표합니다. 물론 무기명으로 투표합니다. 그렇게 선정된 메뉴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습니다. 그게 국룰입니다.저는 사실 중화요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짜장면 마저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물론 볶음밥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우리 팀원들은 중화요리를 좋아합니다. 그래도 결정되면 맛있게 먹습니다.


팀별로 그렇게 식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같이 먹고 같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게 쉬운 것 같지만 8개월여를 생활하고 있는 오늘까지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렇게 어제도 점심으로는 중화요리를 먹었고 저녁으로는 돈가스를 먹었습니다.


언론 인터뷰가 끝나고 경찰 버스 앞에서 어색한(?) 모습으로 찍었던 사진입니다.



[덧붙이는 말]


지난 4화 연재에서 말했던 언론보도가 이번 주 월요일인 9. 23. 세계일보에 보도되었습니다. 평생에 몇 번 없을 행운이 브런치스토리 덕분에 제게 찾아왔습니다. 형편없는 제 글을 응원해 주시는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가 글을 쓰고 의견을 듣기위해 링크를 보내는 예닐곱명의 가까운 지인들과 글을 구독해 주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아래 제목은 Daum 기사 링크입니다.


25년차 경찰관의 사람 이야기... “경찰 버스 창밖 풍경이 곧 세상”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 10일, 서울 종로구 한복판에 3.4m 높이의 대형 경찰 버스가 서 있다. 버스 안에서 박승일 경감이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얼굴들을 유심히 살핀다.


오전 6시 30분, 출근 시간. 박 경감과 동료들은 경찰 버스에 올라 하루를 시작한다. 그가 속한 경찰관기동대는 서울 200여 곳을 돌아다니며 요구와 갈등이 집약된 집회‧시위 현장을 안전하게 지킨다.


중략


해 질 녘, 박 경감은 다시 버스에 올라 창밖을 바라봤다. 오늘도 수많은 얼굴들이 그의 기억 속에 새겨졌다. 박 경감의 25년 경력은 우리 사회의 희로애락이 담긴 살아있는 기록이었다. 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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