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제가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기 시작하고 벌써 42개의 글을 썼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경찰에 대한 일상'과 '범죄 예방'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올해 초 경찰관 기동대로 부서로 옮기며 이곳에서의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4화째입니다. 그런데 과분하게도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고, 응원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엊그제 한 언론사와 ‘인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보도가 되면 함께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너무도 부족한 제 글에 늘 공감해 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경찰버스에서는 하루의 ‘의식주’를 모두 해결합니다.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는 거의 비슷하다고 봅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서울경찰청 경찰관기동대의 하루입니다.
일주일을 기준으로 2~3일은 아침 6시 30분까지 사무실로 출근합니다. 그리고 현장으로 바로 출동합니다. 하루나 이틀은 일반 직장인과 같이 9시 출근입니다. 사실 다른 직장인들과 그 부분은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직장과는 다른 아주 특별한 한 가지가 있습니다.
옥외 집회나, 시위를 개최할 때는 주최자가 시작하기 전 720시간(약 30일) 전부터 48시간 전까지 신고서를 관할 경찰서나 시도 경찰청에 반드시 신고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경찰에서는 집회의 성격이나 규모 등을 분석해 경찰관 기동대의 배치를 결정합니다. 그러다 보니 출근 하루 전 저녁이나 되어야 알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밤 8시 이후에 공지됩니다.
다시 말해 내일 출근 시간을 오늘 저녁 8시 이후에나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매일 그렇지는 않습니다.
집회나 시위에 출동할 때만 그렇습니다. 그 외에는 일정이 미리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쉽게 개인 약속을 할 수 없습니다. 다음날 일정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간단한 식사 약속 정도는 가능하지만, 회식하거나 늦은 시간까지 외부에서 활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집회, 시위 현장을 출동하는 곳도 미리 정해지지 않습니다. 서울은 물론이고 지방까지도 가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렇게 출근해 경찰버스에 오르면 각자 본인 자리가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개인별 장비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경찰관 기동대에서 근무하면서 하루 걷는 활동량입니다.
경찰버스는 집이다 – 의(衣)
계절별로 다르긴 하지만 9월 둘째 주를 기준으로 제 자리에 있는 옷의 종류는 5가지 정도 됩니다. 경찰관들이 평상시 입는 근무복, 티셔츠 형태의 간이 근무복, 경찰 조끼, 경찰 점퍼 그리고 사복도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사복을 입고 근무하는 때도 꽤 있습니다. 그 밖에도 개인 취향에 따라 별도로 준비하는 때도 많습니다. 저는 사복 점퍼와 반소매도 두벌을 항상 여벌로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자리는 지정석이 필수입니다. 물론 1년 내내 그렇지는 않습니다. 보통은 한 달에서 석 달 기준으로 자리를 바꿉니다. 그때 개인별 장비들도 함께 이동합니다. 옷 외에도 경찰 장구가 꽤 많습니다. 보안상 다 말할 수는 없지만 근무 때마다 휴대하는 장비들입니다.
경찰버스는 집이다 – 식(食)
현장에 나오면 무조건 점심과 저녁은 밖에서 먹습니다. 보통 퇴근 시간이 저녁 8시 30분 정도입니다. 그렇다 보니 저녁까지 먹고 퇴근합니다. 과거에는 주로 버스 안에서 도시락을 먹었다고 합니다. 저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 경찰관이 된 후 올해 기동대에 처음 왔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모두 일반 식당에서 식사합니다.
그래서 팀별로 그날의 메뉴를 정하는 당번이 있기도 합니다. 제가 팀장으로 있는 팀원들은 맛집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별걱정이 없습니다. 직원들이 주변 맛집을 파악하고 메뉴를 서너 가지 공유해 주면 팀원들이 모두 참여해 인기가 좋은 식당을 이용합니다. 대부분 직장인도 그렇겠지만 경찰관들도 먹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저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메뉴를 선정하는 데 항상 신중합니다.
만약 초행길을 가다 경찰관들이 식당 안에서 식사하고 있다면 그 식당은 믿고 들어가도 괜찮습니다. 반은 무조건 성공입니다. 왜냐면 가격이 저렴하거나 맛이 있거나 둘 중 하나는 백 퍼센트입니다.
경찰버스는 집이다 – 주(住)
지방으로 출동을 가는 경우가 아니면 거의 잠도 차에서 잡니다. 물론 휴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의 경우에는 자주 근무를 나가는 곳 주변에, 경찰에서 운영하는 별도의 공간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시설이 노후되어 좋지는 않습니다.
야간 철야 당직을 할 때는 무조건 휴식 시간을 이용해 잠을 자야 합니다. 그래서 각자만의 방법으로 잠을 잡니다. 저는 무릎담요를 뒤집어서 쓰고 안대를 하고 잠을 자려고 애를 쓰지만 쉽게 잠들지 못합니다. 무전기 소리와 근무 교대를 위해 오가는 직원들 때문에 사실 깊은 잠을 자기란 쉽지 않습니다.
경찰관 기동대에 근무하다 보면 하루에 최소 1만 보 이상은 무조건 걷습니다. 집회, 시위 현장에 출동할 때는 그보다 훨씬 많이 걷습니다. 지난 9월 7일 근무 때를 기준으로 보면 ‘2만 2천076보’를 걸었습니다. 사실 적지 않은 걸음 수입니다. 그래서 신발이 잘 닳습니다. 그래서 자주 갈아 신어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양말도 그렇습니다. 가끔 자신도 모르게 양말에 구멍이 나 있다는 것을 한참 지나서야 알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무래도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끔은 뛰기도 하고 비탈진 곳도 많이 다니다 보니 양말도 버티지를 못합니다.
구멍난 양말이 저의 고단함을 대신 말해줍니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일이 끝나고 사무실로 들어갑니다. 제가 속한 기동대는 송파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무실로 복귀할 때는 올림픽대로를 자주 이용합니다. 그때 보는 창밖 한강의 야경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한강이 보이면 곧 퇴근이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사무실에 도착한 뒤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퇴근합니다. 물론 그날의 일정을 정리하기도 하지만 저는 웬만하면 바로 퇴근합니다. 경찰관 기동대에서 근무하는 삶도 중요하지만, 퇴근 후의 제 삶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그렇게 퇴근하고 집에 왔습니다. 그리고 맥주 한 캔을 마시며 이글을 마무리합니다. 여느 금요일 아침과 같이 8시 이 글은 업로드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