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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승일 Mar 02. 2022

82세 택시기사 폭행 후 도주한 범인

경찰이 꼭 잡아 처벌하겠습니다. 그러니.......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경찰관입니다. 며칠 전 제가 근무하고 있는 관내에서 발생했던 사건을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수십 년째 택시 영업을 하고 있는 82세 기사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때도 여느 때와 같이 서울 시내에서 택시 운행을 하고 있을때였습니다. 신림역 부근에서 한 남성이 택시에 승차합니다. 목적지를 말하고 운행을 시작한 뒤 서로 간에 시비가 생겼습니다.

  

승객은 “왜 빠른 길로 안가고 먼 길로 돌아서 가냐?”라며 계속해서 욕설을 합니다. 그렇게 20여분 운행하고 목적지 부근에 도착해서는 “너 골탕 좀 먹어봐라”라며 아주 좁은 골목길을 계속 운행하게 합니다. 그러다 차를 멈추라고 하더니 “당신 같은 사람은 요금 받을 자격이 없어”라며 그냥 택시에서 하차합니다. 다급하게 기사님은 요금을 받기 위해 차에서 내려 승객의 팔을 붙잡습니다. 이후 승객은 팔을 뿌리치고는 계속 걸어갑니다. 기사님은 요금을 지불하라며 뒤따라 갑니다.

      

그러다 지하 주차장으로 택시 기사님을 따라오라고 하고서 기사님을 심하게 폭행(진단 3주)하고 그대로 도주합니다. 이후 기사님은 현장에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신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출동한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범인은 현장을 도주한 후였습니다.

     

이후 피해 진술을 위해 택시 기사님은 경찰관들과 함께 지구대로 이동합니다. 상세한 과정에 대한 진술과 서류를 작성하고 난 뒤 저는 기사님께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어르신 이제 연세도 많은 신데 그만 택시를 하시는 건 어떠실까요? 요즘 운전면허증을 반납하시면 교통비 지원도 해주고 여러모로 좋은데요”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고령운전자들의 교통사고가 매년 늘고 있습니다. 이에 ‘고령 운전자 면허 자진반납 원스톱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70세 이상을 대상으로 면허 반납을 했을 때 서울시의 경우 10만원 교통카드까지 지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사정이 있네요. 경찰양반”

     

저는 다시 “요즘 젊은 사람들은 택시를 타고도 다들 휴대전화로 내비게이션도 확인하고 또 운전을 조금만 느리게 운행해도 불만이라고 하잖아요. 갈수록 운전은 더 힘드실 텐데요”라고 조금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사실 제게는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는 아들이 있습니다. 올해 57살입니다. 그 놈을 일주일에 한 번씩 평생 병원에 다니고 있어요. 그래서 차가 꼭 있어야 합니다”라고 작은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아니 그러시면 요즘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장애인콜택시 있잖아요. 승합차로 되어 있어서 훨씬 좋을 거 같은데요. 그걸 이용하세요”라고 말하자, “제 아들이 장애 3급인데 그걸 이용하려면 2급까지만 가능합니다. 주민센터와 구청에 여러 차례 얘기도 해보고 알아봤는데 안된다고 하더라고요”라고 조금은 힘없이 말씀하셨습니다.

     

순간 저는 너무도 죄송하고 먹먹함을 느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말한 제 자신이 한심스럽기까지 했습니다.     

현재 서울시설공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콜택시의 이용은 보행상 장애가 있는 장애정도가 심한(기존 1∼3급)장애인이면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서울시설공단 홈페이지 이용규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용 시에는 반드시 보호자의 동반이 필요합니다. 특히, 지적, 자폐, 정신장애의 경우에는 반드시 보호자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만13세 미만 어린이, 80세 이상의 고령자, 장애인은 보호자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82세의 택시기사님께서 장애 3급인 아들의 보호자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는 데는 규정상에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 조금은 아쉽습니다.

     

자체 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편의가 돌아 갈 수 있도록 제도가 변경되면 어떨까 싶습니다.

  

 

비번일 경찰관들이 발생시간대 잠복근무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가 속한 팀에서는 범인을 잡기위해 최선을 다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범인은 반드시 경찰에서 검거해서 처벌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관련 기관에서는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복지의 혜택이 돌아  갈수 있도록 두루 살폈으면 합니다.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많은 분들의 공감이 있을 때 제도는 바뀔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택시 기사님께서는 조만간 택시를 그만 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꼭 면허증도 반납하겠다고 전해 왔습니다.


이글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복지의 사각지대가 없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에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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