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그제 엄마가 싸게 시장에서 사준 장갑을 잃어버렸다. 검은색이었고 안에는 털이 달려있으며 손등 부분은 벨벳이었고 손바닥 부분은 가죽이었다. 동그라미 안에 대문자 M이 쓰여진 로고가 쇠로 되어 양 손목 부분에 달려 있는 장갑이었다. 아무래도 짝퉁임에 분명했지만 따듯한 장갑이었으므로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장갑을 기차에서 내리면서 두고 온 모양인데, 누군가 찾아 분실물 센터에 가져다줄 것이라는 희망은 장갑을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 깨닫고 난 후 저버렸다. 그리곤 지난겨울 동안 나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준 장갑들에 대해 생각했다.
패딩처럼 플라스틱 천으로 감싸지고 그 안에는 솜이나 단열종류 따위가 들어간 핑크색 장갑. 이름 모를 공주님들이 파란색 분홍색 초록색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손등의 반짝반짝한 플라스틱 부분에 그려진 장갑. 아주 아주 어린 시절 아빠와 오빠와 눈사람을 굴리던 그 장갑. 사진도 없이 기억에만 존재하는 장갑. 매번 끼던 손가락장갑이 아닌 벙거지 장갑이 멋져 보여 집 근처 옷가게에서 샀던 아마도 어두운 색의 벙거지 장갑. 어른 벙거지 장갑은 너무 크고 아이 벙거지 장갑은 조금 작아 고민 끝에 아이 장갑 사이즈로 구매했던 그 장갑. 나에게는 조금 작은 벙거지 장갑이어서 장갑 안쪽 엄지와 검지 공간이 살짝 있었던 그 장갑. 시간이 지날수록 그 벙거지 장갑의 실들은 수축했고 나의 손은 성장해 버려 장롱 서랍의 구석쯤에 있다가 사라져 버린 장갑. 추운 날에도 교복치마를 입어야 했던 시절, 손만은 따듯하게 해 준 그 장갑. 대학생이 돼서는 독특하고 귀여운 장갑을 찾았었다. 그렇게 찾게 된 곰돌이 장갑. 오른손은 아마도 빨간색 왼손은 남색이었던 장갑. 검지와 약지 즈음에 귀가 달려있었고, 손끝 부분은 흰색에 눈 코 입이 달려있던 그 장갑. 귀여웠지만 나에게 너무 큰 나머지 지금의 남편 차지가 되었던 그 장갑. 아마도 내 손의 한 마디 정도 더 크던 장갑이라 뭘 집으려 해도 불편했던, 하지만 아주 귀여웠던 장갑. 맞아, 어딜 가나 그 장갑은 귀엽다는 소리를 들었지. 그래서 나는 그 장갑을 좋아했다. 귀여운 걸 좋아하기 때문에. 또 귀여운 걸로 관심받으면 기분이 좋기 때문에. 그리고 또 무슨 장갑이 있던 것 같은데 잊어버렸다. 분명 내 손을 따듯하게 만들어 줬던 장갑들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잊어버렸다. 손의 주위로 어떤 것이 감싸이는 어렴풋한 느낌을 기억하지만 무엇이 내 손을 감쌌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금은 잊어버린 그 촉감 부드럽고 따스하며, 어르 만져줬던 그 촉감. 손과 손을 맞닿는 그 느낌 지난 인연들. 너의 온기에 닿았던 내 손. 아, 주머니 장갑. 느낌, 엄마의 주머니에 엄마 손과 내 손. 아빠의 주머니에 아빠 손과 내손. 그 두 주머니 장갑 잊어가고 있는 촉감 잊어버릴 촉감, 또 잊지 못할 촉감 하지만 더 이상 경험할 수 없는 촉감. 잊히는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