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알콩이에게

강아지 별로 간 일시 : 2025년 12월 4일 4시 36분 *독일시간

by Yoni Kim
독일에 가기 1년 전의 알콩이와 나

사랑하는 알콩아

사실 브런치에 올리는 첫 글을 너에 대한 걸로 쓸 줄 몰랐어. 내 서랍에는 글이 많은데 작가 승인을 받은 오늘, 나는 네가 없는 내 서랍의 글들을 꺼낼 수 없었어.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어, 그런데 이미 화장까지 되어있는 모습을 보고 나는 내가 처음으로 독일에 왔다는 걸 후회했어. 내가 네 옆에 있었어야 했는데.


독일에 처음 오면서 어쩌면 너와의 이런 결말을 예상했어야 했을지도 몰라. 그저 나는 나의 삶을 찾아 독일로 왔지만 너는 그럴 수 없다는 걸 이미 알았는데 말이야.


너를 처음 데리고 왔을 땐 사실 내 의지가 아니었어. 오빠가 많이 아팠고 강아지를 키우는 건 오빠의 소원이었어. 그래서 엄마와 나는 여러 방면으로 강아지를 찾아봤고 한 신문 광고를 통해 시츄 5마리가 태어나 잘 키워줄 주인을 찾는다는 글을 봤어. 차가 없었던 우리는 그 광고를 보고 바로 전화해서 내가 가진 가장 따듯한 담요를 들고 지하철을 타고 2시간인가를 달려갔지.


그렇게 도착한 집에선 5마리의 강아지들 사이에 가장 연약하고 가장 예뻤던 널 기억해. 너의 엄마는 힘이 들었는지 케이지 밖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우리는 너와 함께 살기로 했지. 우리는 너의 엄마가 자고 있는 사이에 널 가지고 나온 거야. 너도 엄마가 필요했고 엄마가 보고 싶었을 텐데 미안해. 그리고 그 강아지들의 주인은 강아지 주인으로서 우리가 초보로 보였는지 이것저것 장난감과 케이지 등을 많이 챙겨주었어. 그렇게 이것저것 많이 받아서 너와 함께 집으로 다시 돌아왔지.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선 네 이름에 대해 고민했어. 그리고 나는 네가 너의 가족을 만들길 바랐어. 남편도 아이도 있는 그런 삶. 그래서 엄마와 상의 끝에 중성화를 하지 않았고 네 가족들 이름까지 다 정했었어. 네 이름은 알콩이야. 네 남편은 달콩이가 될 거고 네 아이들은 한콩이 두콩이 세콩이 네콩이 가 될 거야.


알콩아 너는 네 이름을 참 잘 알아들었어. 앉아나 기다려 같은 것들은 정말 해도 해도 잘 못하더니 뭐 그마저도 훈련하다가 내가 마음이 약해져서 훈련은 뒤로하고 그냥 우리 둘이 놀기에 바빴지만.


알콩이는 사실 정말 천사 강아지인데, 시츄가 보통 착하고 순한 강아지긴 하지만, 우리 알콩이는 정말 천사강아지였지. 알콩이는 내가 기쁠 땐 항상 같이 기뻐하고 내가 슬퍼 보일 땐 어떻게 알아차리고 나를 위로해 줬어. 중학교 일 학년 때 널 데리고 와서 가족들은 오빠의 병원에 가있는 동안 우리는 보통 둘이었는데. 너도 어렸고 나도 어려서 우린 서로 많이 닮아갔어.


그러다가 내가 대학교 입시를 하게 되고 서울로 대학을 가는 바람에 우리는 도통 보기 힘들어졌었지. 내가 너에게 가지 않는 한 네가 나에게 올 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너와 시간을 보내기 보다도 학업과 알바를 병행하며 정신이 없었어. 그래도 서울로 학교를 다니니 좋았던 점은 집에 가는 길에 무조건 지나치게 되는 홍대엔 예쁜 강아지 옷가게와 강아지 용품들이 많더라. 하나 둘 너를 생각하며 사다 보니 네 옷장은 내 담당이라고 해도 무관했어. 그냥 나는 네가 좀 더 아늑하고 따듯하길 바랐어. 가볍고 부드러운 옷을 입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 내가 많이 못 안아줘서 이렇게라도 품을 나누고 싶었어. 그런데 그냥 내 온기로 내가 더 안아줄걸 직접 더 사랑해 줄걸 그랬어.


그 뒤로 나는 너를 떠나 독일에서의 유학을 택했고 독일에서 너 없이 새로운 가족을 만들었어. 알콩아 너에게도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달콩이와 한콩이 두콩이 세콩이 네콩이도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내 바람과는 달리 다른 강아지들을 무서워했던 너에게 가족은 우리밖에 없었는데, 내가 널 두고 떠나버렸어. 너무 미안해 너무 너무 너무 미안해. 같이 한국에 있어줘야 했는데 이젠 널 만질 수도 없고 널 볼 수도 없다니.. 난 믿을 수가 없어 믿기질 않아. 나는 지금 괜시리 부모님을 원망하고 있어. 네가 강아지별로 떠나게 되면 내가 한국에 가서 널 마지막으로 볼 수 있게 화장하는걸 좀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나의 부모님은 날 기다리지 못했어 그저 네 영혼이 땅에서 떨어진 순간부터 몇 시간 안에 너의 형태는 달라지게 되었어. 내 잘못이야. 널 그렇게 외롭게 두면 안 되는 거였는데 네가 아프단 걸 알면서도 건강하다는 부모님의 말을 믿으면 안 되는 거였는데.


나는 아직 널 떠나보낼 용기가 나질 않아. 너는 내 가슴 깊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강아지야. 내 가족이고 내 동생이야. 너를 어떻게 행복하게 보내줄 수 있는 걸까? 내가 잘못한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너를 많이 외롭게 한 것 같아. 가끔 영상 통화를 하다 보면 내 목소리에 눈이 반짝반짝해지는 너를 봐 너는 나를 좋아하고 나를 보고 싶어 해.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 너는 내 옆에 항상 꼭 붙어 있었어. 내가 앉은자리에 너는 꼭 네 온기를 보탰어. 너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


너를 처음 데리고 왔을 땐 죽음이 찾아올 거란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어. 오히려 회피하려 한 것 같아. 사랑하는 알콩아 나는 너를 평생 기억하며 살아갈 거야. 너도 나에게 좋은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겠지? 나는 너와 있을 때면 항상 행복했어. 너와 밥을 같이 먹는 게 좋았고 너와 발을 맞춰 걷는 게 좋았어 또 너의 털을 빗질하는 게 좋았고 엄마가 청소기를 돌리면 청소기를 무서워하던 너와 꼭 안고 있는 게 좋았어. 내가 집에서 돌아오면 꼬리가 아니라 엉덩이를 흔드는 네 모습을 보며 힘이 들다가도 기분이 좋아졌고 내가 만든 특제 단호박 케이크를 1월 1일 네 생일날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웠어. 내가 실수로 네 꼬리를 밟은 적이 있었지? 그때 네가 많이 아파했어 미안해. 그럼에도 너는 나한테 삐진 기색 없이 나를 한없이 안아줬고 품어줬어. 내가 너의 언니인데도 말이지. 얼마 전에 오빠의 일 때문에 한국에 다녀와야 했을 때 나는 어쩌면 네가 날 불러줬다고 생각하기도 해. 네가 날 보고 싶어 해서 연희를 한국에 데리고 오라고 가족들에게 설득을 한 거지. 그렇게라도 널 볼 수 있어서 좋았어. 너는 내 사랑의 강아지야 사랑의 알콩아. 천사 강아지


네가 가는 날 한국에서는 첫 함박눈이 내렸대. 눈같이 하얗고 순수한 우리 알콩이를 강아지별에서 맞이하려고 그랬나 봐. 강아지 별에 가더라도 알콩이는 나의 가족이야. 네가 혼자 무섭지 않길 기도할게 우리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다음에 또 만나자. 언제나 사랑해 알콩아


2025년 12월 4일 언제나 너를 사랑하는 연희언니가.

KakaoTalk_20251203_224631851.jpg 올해 한국에서 내린 첫 함박눈이 알콩이의 영혼을 따듯하게 싣고 갔다.
내가 사준 담요 내가 사준 옷을 입고 떠난 알콩이


부모님께 사정사정해서 부탁한 알콩이의 발도장


작은 알콩이의 유골함. 우리 알콩이는 무슨 색이든 다 잘 어울리는 멋진 강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