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랑받기 위해 낳은 아이

by Yoni Kim

나는 이해할 수 있다. 부모님은 부모님의 부모에게서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저 가족의 사랑이 고팠을 뿐이다. 나의 부모님은 그 사랑을 가지고 싶어서 내가 태어났다. 부모님은 행복했다. 슬픈 일도 있었고 기쁜 일도 아픈 일도 행복한 일도 뒤섞여서 일어났다. 우리 남매가 자라며 벌어진 연속적인 성장 과정은 부모님에게 신비로운 마법 같은 일이었다. 사실 나도 그렇다. 나도 나를 사랑해 주는 피조물을 가지고 싶다. 나는 내 부모님을 이해한다.


나는 부모님을 사랑한다. 이 세상에 부모님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뭉클하다.


하지만 지금은 나는 부모님과 연락을 최대한 줄이기로 결심했다. 부모님도 동의했다. 이유는 내가 정신적으로 아파서 부모님에게 사랑을 주는 것이 현재로서는 버겁다고 판단해서이다. 또 부모님은 날 돕지 못한다. 또는 않는다.


나의 쓸모. 아픈 나는, 내 가족에게 쓸모가 있는 사람일까.

사랑만 하기도 짧은 시간. 나는 왜 이렇게 미운 마음이 드는 걸까.




나는 내 삶과 꿈을 찾아 집을 떠났고, 아빠는 그것을 ‘엄마를 버린 것’이라 표현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당신들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안다. 아빠가 그저 욱해서 한 말 표현이라는 것을. 하지만 지고 싶지 않았다. 왜일까. 그래서 그런 상처 주는 말을 해버렸다.


사랑… 사랑 사랑은 어떻게 느끼는 걸까. 말 만으론 부족한 사랑. 부모님은 무조건 적인 사랑을 주는 존재인가?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은 사랑을 주기 어려운 걸까? 나는? 내 문제일까? 부모님은 최선을 다했는데 내가 내 감정에 문제가 있는 걸까? 나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자라오며 부모님보다도 의지했던 강아지의 죽음은 현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많이 울었다. 집안에서 금기시되었던 울음을 며칠간의 통화에서 계속 보였으니, 내가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 이야기했으니 아버지에겐 화와 짜증이 났을 법하다. 아빠가 욱해서 위에 언급한 센 표현을 골라 말한 건 사실 나 때문이다. 내가 먼저 엄마한테 엄마는 나를 엄마의 트라우마 속에 가뒀고 나는 엄마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아빠가 그렇게 얘기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대화 말미에 부모님은 또다시 주워 담지 못할 말, 죽음을 언급했다.




처음 엄마가 죽음을 이야기했을 때 나는 기억한다. 두 번째도 세 번째도 그 이후도 모두 기억한다. 모두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한 탓에 엄마는 기억을 잘 못하지만 어린 내 시선에서 엄마의 한탄처럼 내뱉은 죽음 이란 단어가 세상을 잃을 듯 충격적이고 슬펐다. 처음에는 부모님의 시선을 돌릴 방법을 생각했다.


내가 00을 잘하는 것. 자랑스러워지는 것. 친구들이 많아지는 것. 아양을 떠는 것.


하지만 내 노력에도 사실 엄마의 우울증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또 술을 마시는걸 나로선 막을 방법이 없었다. 부모님의 낙이라고 하니, 잠을 못 주무신다고 하니, 한 병은 괜찮다고 하니. 어쩔 땐 오히려 술을 마시고 뱉은 말을 엄마가 기억을 못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사랑해서 정말 부모님을 잃을까 항상 걱정했다.


그러다가 점점 나의 걱정은 원망으로 바뀌었다. 중 고등학교를 진학하며 나만큼 부모님을 걱정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없다는 걸 알고 나서 혼란스러웠고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복수 전공하면서 심리학용어 ‘투영’과 ‘역할전도’라는 게 폭력의 한 형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모성의 형태가 자녀를 통해 의미를 찾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모님의 존재의 의미가 나라고? 사랑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부모님에게 사랑을 말하는 법이 어려워졌다.


나는 나 자신을 또한 이해한다. 부모님을 사랑하지만 몇 번의 죽음에 대한 언급은 점점 강요와 협박처럼 느껴졌고 또 내가 내 부모님을 낫게 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도, 나 때문이라는 죄책감도, 또한 타지에서의 외로움으로 반복되는 생각 되새김 질도, 나는 감정적으로 힘들 만하다.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을까. 사랑하기에도 짧은 삶 왜 이렇게 우리는 서로 더 큰 상처를 주려 하는 걸까. 나는 부모님을 용서할 수 있을까. 용서. 아니, 애초에 나는 나를 용서할 수 있을까. 나 자신을 이렇게 싫어하고 아프게 다루는데 다른 사람을 용서할 용기가 있나.




숨을 들이마신다.


물을 튼다.

물이 수도꼭지를 통해 분출한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손을 물에 가져다 댄다.

손에 물을 묻힌다.

손은 금방 물에 젖고 한 방향으로 흐르던 물이 손의 모양을 타고 흐른다.

물을 잠근다.

손을 가볍게 턴다.

손에 있던 물은 세면대 가장자리까지 다다른다.

액체 비누를 받기 위해 왼손을 오므린다.

왼 손바닥이 움푹 파인다.

오른손으로 적당량의 비누를 펌핑한다.

비누는 펌핑기의 입에서 점성 있게 볼록 나온다.

왼손의 패인 부분에 가장 둥근 부분이 먼저 닿는다.

오른손이 펌핑을 멈추자 펌핑기의 입에선 가느다란 비누 실이 남는다.

왼손엔 적당량의 비누가 작은 웅덩이로 모여있다.

왼손 위에 오른손을 먼저 포갠 후 손을 서로 비빈다.

거품을 낸다.

손가락 사이사이를 문지른다.

손톱 사이사이를 닦는다.

거품이 묻지 않은 손목으로 수도꼭지를 위로 올린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비누 거품이 곧 흐르는 물로 사라진다.



물이 사라진다 비누거품이 곧 흐른다.

물이 아래에서 위로 흐른다.

수도꼭지를 아래로 내린다. 거품이 묻은 손으로

손톱 사이사이가 닦인다.

손가락 사이사이가 문질러진다.

거품이 난다.

손을 서로 먼저 비빈 후 왼손 위에 오른손을 포갠다.

작은 웅덩이로 모여졌다. 왼손엔 적당량의 비누가

펌핑기가 오른손을 멈추자 펌핑기의 입에선 가느다란 비누실이 남겨졌다.

가장 뾰족한 부분이 먼저 닿는다. 왼손의 손 끝 부분에

비누는 펌핑기의 입에서 묽게 힘없이 나온다.

비누는 오른손에 의해 펌핑된다.

왼 손가락은 하늘로 솟았다.

액체비누를 받기 위해 왼손이 오므려졌다.

세면대의 가장자리가 손에 있던 물까지 다다른다.

손이 가볍게 털어졌다.

물이 잠가졌다.

손의 모양이 물의 방울을 타고 흐른다 물은 금방 손을 적셨고 한 방향으로 물이 흘렀다.

물에 손이 묻는다.

물이 손에 가져다 댔다.

물이 아래에서 위로 흐른다.

수도꼭지는 물을 통해 분출된다.

물을 잠근다.


숨을 내쉰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