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
남편이 새로 장갑을 사줬다. 이번에는 잊어버리지 않고 또 잃어버리지 않게 나만의 장갑 루틴을 만들었다. 장갑을 벗으면 항상 가방 안에 넣는 습관. 뭐든지 잘 까먹는 탓에 그런 소중한 물건이 생기면 지퍼가 달린 가방에 넣어둔다.
나는 독일에서 미니 잡을 구했다. 4인 가족의 청소부로 일하게 되었는데 나름 한 30개 정도 미니 잡을 지원하고 한 군데에서 연락 온 거라 뿌듯하다. 그리고 1월 14일에 면접을 보고 1월 28일에 첫 출근을 했다. 두 번 정도 일해보고 계약서를 쓰기로 해서 이번에 일을 마치고 나서는 바로 현금으로 돈을 받았다. 시간당 17유로. 1유로는 서비스로 2시간 일하고 35유로를 벌었다.
그날은 눈비가 내렸지만 좀 걷고 싶어서 우산을 쓰고 40분 정도 걸어서 일하는 집으로 갔다. 남편이 사준 장갑을 끼고 갔다. 각자 다니는 학교가 다른 탓에 다른 지역에 살고 있지만 손을 잡아주는 것처럼 따뜻했다.
내가 청소부 일을 구하게 된 건 독일에서 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되어 있었고, 청소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이미 한국에서 안 해본 알바가 없을 정도로 해봐서 청소부는 나에게 쉬운 일에 속했다. 그나마 적게 일하고 그나마 많이 버는 일. 그렇지만 청소부라는 말 자체에서 오는 인식은 있다. 그래서 시부모님에게 따로 이야기 않았지만, 남편이 이야기를 했나 보다. 귀한 돈을 보내주셨다. 속이 좀 상하셨던 것 같다. 고마웠다. 그래서 나는 내가 번 돈을 쓰지 않고 고이 저금했다. 다음에 좋은 장갑을 사드려야지.
시부모님의 따듯한 마음씨를 담아 나의 부모님에게도 용기 내어 전화했다. 잘 지내시는 것 같다. 종종 차 타고 국내 여행도 다니시고 얼마 전엔 신혼여행 이후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갔다고도 한다. 다행이다. 그런 소식을 전하고 나에게 사과를 건넸다. 아, 마음껏 미워할 수도 마음껏 사랑할 수도 없는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다.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또 같은 상처를 줄걸 알면서도 사과를 받으면 마음이 풀린다. 아픈 마음도 순간 사라진다. 참 단순하고 바보 같다. 상처받기 싫어서 연락을 줄이려 했으면서 순간 전화하고 있는 이 상태가 머물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차가운 손에 온기의 온기가 더해져 만들어진 마음. 오늘은 이 마음을 고이 손에 뭉쳐 소중하게 장갑과 함께 지퍼가 달린 가방에 넣었다.
나 홀로 괜찮아져야지 하는 마음은 어쩌면 그저 차가운 손에 머무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온기를 더해주는 것은 나의 옆에 좋은 사람들.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할 수 있는 감사인사를 하고 싶다. 내가 가장 잘하는 건 또 지금까지 공부한 건 미술이니 어쩌면 미술의 형태로 만드는 게 좋겠지.
잊지 말아야 할 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