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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호 Mar 21. 2024

어머님 며느리 글 쓰는 사람이에요 말하고 싶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어머님이 오시고 주말에는 거의 집에만 있게 된다.


어머님 간식으로 고구마를 삶고 있다. 우리 집에는 고구마를 딱히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나와 막내딸이 가끔 먹을 뿐이다. 고구마는 어머님이 좋아하신다.

시장에서 고구마만 보이면 사 오니 어머님은 내가 고구마를 좋아하는 줄 아신다. 길을  같이 지나가다가도 고구마가 보이면 "며늘 좋아하는 고구마 안 사나?"

나는 속으로 '어머님이 고구마 좋아하시지 저는 별로 안 좋아해요' 한다.

예전에 같이 살기 전에도 늘 어머님 집에 가면 고구마를 삶아 싱크대 위에 올려놓고 먹어보라고 말씀하셨던 게 생각이 나서 더 자주 해드리고 있다.


혼자 계시는 동안 걱정도 되고 볼일이 있어도 웬만하면 나가지 않고 어머님 말벗이 되어 드렸다. 그 마음 모르는지 어머님은 주말이면 친구분들에게 아침부터 안부 인사를 묻는다.


"내는 잘 지낸다. 아들 집에 이사했다 요즘 호강하고 있다."

늘 하시는 말씀 아들 집에서 있는 것이 자랑이시다.

한참을  이야기 나누시더니 친구분이 뭐라고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어머님 대답은 "응, 우리 며느리 집에서 논다."라고 말씀하신다.

내가 언제부터 집에서 노는 사람이 된 것인지 어머님을 배려해서 같이 있어 드린 것이 노는 사람으로 보였나 보다 별스럽지 않은 말이 나에게 상처가 되었다.


내가 제일 듣기 싫은 말이 집에서 논다는 말이다. 혼자 계실 걱정에  내 모든 시간을 어머님을 위해 해야 할 일을  가야 할 곳도 미루고 있었는 데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시는 거 같다.


어머님 말씀에 자극이 되어서 글을 더 열심히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모한 도전이기는 하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그동안 미루고 있던 책을 읽기도 시작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고  글을 쓰고자 결심한 것도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막연하게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래서 올해가 가기 전에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 보고 싶다.


갑자기 무슨 용기였는지 브런치 창을 열었다. 담담하게 브런치 창에 보이는 대로 적어 나갔다.  다음, 또 다음을 누리면서 칸을 채우고 마지막 버튼까지 눌렀다.

'작가 신청이 되었습니다. 늦어도 5일 안에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내가 작가 신청을 하다니 대견하고 잘했다.

결과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긴장감과 왠지 모를 설렘이 섞여서 하루에도 몇 번씩 창을 열었다 닫았다는 했다. 2일이 지난 후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작가로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나가 역시나였다.


아직 나는 글발이 없고 내공도 쌓지 못했다는 걸 알고 있다. 도서관 수업 때 선생님 말씀처럼 매일 쓰고 내 글 속에서 내가 배우고 더 키워야 한다.


브런치 작가에 처음 떨어진 두 달 후 다시 도전하게 되었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하고 싶었다.

몇 번 떨어져도 다시 도전하니라는 마음으로 이번에는 처음 보다 글을 집중해서 정성을 더 가득 담아 한 땀 한 땀 수놓듯이 적어나갔다. '작가 신청이 되었습니다' 또 해냈다.

기다림은 초초하고 설렌다. 하루 지나고 브런치 창을 열었다. '글 발행에 앞서 프로필에 작가소개를 추가해 주세요'라는 글이 떠있었다. 처음에 뭐지? 잘못 들어갔나 생각했다.

창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가 보았다 역시 같은 문구가 적여 있었다.

작가가 된 거야 설마 정말!! 메일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았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니 너무 기뻤다.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어 글로 적었던 글들이 나를 글 쓰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어머님도 도움을 주신 것 같다.

남편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아이들만 엄마가 글을 쓴다는 걸 알고 어머님은 더욱더 모르신다.

우리 며느리는 집에서 글 쓰는 사람이라는 자랑을 듣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읽고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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