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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카시아만 보면 생각나는 사람!

당근이세요?

by 모닝페이지


책상 주변에 여러 가지 식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내 눈 건강을 지켜주는 호위병처럼, 특이한 희귀종이 창가에 자리 잡고 있다. 시력 보호는 물론, 마음의 즐거움까지 주는 알로카시아다. 둥글면서도 길쭉한 모양의 잎은 유치원생들의 손바닥만 한 크기인데, 앙증맞고 귀엽다.


그들을 볼 때마다 나눔 받은 사연과 함께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평소에 핸드폰을 잘 보지 않던 날, 우연히 당근마켓을 확인하고 경쾌한 알림 소리를 들었다. 핸드폰에 접속되어 있던 상태라 빠르게 당근마켓을 열어볼 수 있었다.


마침 희귀종이자, 한 번도 키워본 적 없는 알로카시아의 무료 나눔 글이 올라온 것이다.생각할 틈도 없이 얼른 채팅을 했다. "안녕하세요? 제가 받으러 가도 될까요?"라고 묻자, 당일에 데리러 오라는 답장이 왔다.


외출 준비를 하고 전철을 타고 찾아갔다. 하지만 길치인 데다 당시엔 길 찾기 검색도 미숙했던 터라 대청역에서 내려 길을 물어보며 헤맸다.


지나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목적지를 잘 모른다고 하길래, 오래전부터 익혀둔 방법대로 부동산이나 상가를 찾아가 물어보면 정확할 거라는 생각에 부동산을 찾았다.


하지만 주변에 부동산은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상가에서 나온 남자에게 물어보기로 했다.그가 알려준 길을 따라 상가를 지나 주택가로 들어서니, 저 멀리 쇼핑백을 들고 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가까이 다가가니, 서로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혹시 당근이세요?"라고 묻자, 쇼핑백에서 초록색 플분 두 개를 꺼내 보여줬다.


사용법까지 자세히 설명해 주었고,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말투가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보니 경주 출신이라고 했다. 키도 크고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장미허브를 선물로 가져갔지만, 그는 정중히 사양했다. 결국 전철에서 우연히 만난 자매에게 선물로 건넸다.

그렇게 가져온 알로카시아는 한 줄기였던 것이 지금은 네 줄기로 늘어났고, 또 다른 화분은 다섯 줄기로 풍성해졌다.


잎의 모양도 독특하지만, 작은 화분에 담겨 있어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여름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물을 준다. 가끔 잎이 축 처질 때면 걱정돼 물을 주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고개를 빳빳이 세운다. 그렇게 잎이 웃으며 내게 윙크를 짓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활짝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알로카시아에게 말을 건다. "잘 잤니?"라고, 외출 후 집에 돌아왔을 때에도 가장 먼저 쳐다보게 되는 존재다. 든든히 나를 지켜주고, 조잘조잘 속삭이는 듯한 모습으로 나에게 이야깃거리를 던져준다.


이렇게 교감을 나누며 지금은 아기 손바닥만 했던 잎들이 이제 어른 손바닥만큼 커졌다.잘 자란 알로카시아 줄기에서 새로 고개를 내미는 줄기를 보면 매번 신기하다.


한쪽 잎만 응애를 많이 먹지만, 짙은 초록색의 새 줄기는 크고 튼튼하게 자란다. 그래서 이 알로카시아를 볼 때마다 체격이 크고 친절했던 그 남자가 떠오른다. 그래서 항상 함께 만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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