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안개꽃

시를 향한 토요일의 길목

by 모닝페이지

또닥또닥 창문을 두드리는 토요일 아침. 어제는 분명 맑았는데, 오늘은 또 비가 내린다. 퐁당퐁당 기온처럼 오락가락하는 날씨 속에서도, 한결같이 돌아오는 토요일엔 나의 발걸음이 이수역을 향한다. 한 주 동안 준비한시를 품고 말이다.


몇 년 전부터 블로그에 그때그때 적어두었던 짧은 글들이 있다. 그 중 5월과 어울릴 것 같은 글을 골라 시라는 옷을 입혔다. 그리고 그 시를 데리고 낭송하러 간다. 이 모든 과정이 이제는 내 일상이 되었다.양가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고아가 된 지 꽤 되었지만, 그리움은 시간이 지나도 조금도 옅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해마다 5월이면 마음 한켠에서 더 깊어지는 듯하다. 그리움과 미안함이 뒤섞인 감정은 '오월의 안개꽃'이라는 시로 태어났다. 그리고 나는 그 시를 여러 사람들 앞에서 낭송했다.


오늘은 그다지 많은 사람은 없었다.계속되는 연휴로 인해 다들 여행을 갔는지 평소보다 적었다. 매주 낭송한 시 중 가장 좋은 시를 뽑는 ‘장원’ 제도가 있는데, 운이 좋게도 내 시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따로 시상을 하진 않지만, 장원이 된 사람은 회원들에게 차를 대접하는 것이 이 모임의 따뜻한 전통이다. 식사는 각자 부담하고, 차 한 잔을 나누며 시와 삶을 이야기하는 시간은 그 어떤 모임보다도 깊고 진하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오늘, 어쩐지 더 쓸쓸하게 느껴졌다. 살아생전에 미처 꺼내지 못했던 감정들과 마주할 때면, 마음 한켠이 서늘해지곤 한다. 하지만 그 감정을 꾹꾹 눌러 시로 써내려가면, 조금은 가벼워지는 듯하다.


이수역 근처의 새한국문학회는 매주 토요일마다 시와 수필 즉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공부하고 낭송하는 공간이다. 그곳에서 나는 '시'뿐 아니라 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시 낭송 후 함께 나누는 식사, 따뜻한 차 한 잔, 그리고 시에 대한 진지한 대화들. 이 모든 시간이 내겐 참 소중하다.


처음에는 내 글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두려웠지만, 이제는 평가받는 것이 감사하다. 그래야 무엇을 고치고, 어떤 감정을 더 살려야 할지 알 수 있으니까. 그렇게 매주 한 편씩 시를 쓰다 보면 한 달에 네 편, 일 년이면 마흔에서 쉰 편이 쌓인다. 개인 시집은 보통 예순 편 정도면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올해, 드디어 첫 시집을 내보려 생각한다.


가끔은 시간이 모자라 허둥대기도 하지만, 이 바쁨이 싫지 않다. 매주 새로운 시를 준비하고, 그 시를 통해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 시집을 낸다는 설렘과 그 이후엔 수필집이나 에세이집도 내보고 싶다는 작은 욕심까지.


올해는 분명, 내 인생에서 다른 의미를 갖게 될 해일 것이다.
시를 품고 걷는 토요일의 길이, 오늘도 나를 시인으로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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