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같은 오늘
아침 9시 반. 성당에 모여 성가 연습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목소리를 모으고, 미사를 봉헌한 뒤엔 다음 주에 부를 성가를 잠시 더 연습했다. 익숙한 리듬과 가사 속에 마음이 조금씩 정돈되어 간다.
미사 후엔 마리아 자매님의 주선으로 점심 약속이 있었다. 나도 함께 가자며 웃으며 손을 내미는 그녀의 말에 기쁘게 따라나섰다. 목적지는 몇 년 전 함께 다녀온 하남의 작은 식당, 보리향.
청국장과 부침개, 털래비, 비빔밥… 소박하지만 정성 가득한 음식들로 식탁이 차려졌다. 마리아와는 종종 식사를 함께하고 여기저기 다녀 익숙했지만, 데레사 언니와 또 다른 데레사 자매님과는 오랜만의 자리였다.
아침을 거른 채 성당에 있었기에, 점심시간이 되자 허기가 깊이 느껴졌다. 출출함을 달래듯, 우리는 따뜻한 밥을 나누며 웃고 떠들었다.
식사 후엔 근처의 넓은 카페로 발길을 옮겼다. 가족 단위 손님들로 붐비는 공간 속에서, 우리는 빵과 음료를 사이에 두고 다정한 이야기를 나눴다. 신앙 안에서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늘 그렇듯 깊고 편안했다.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열 수 있는 시간이란 얼마나 소중한가. 특히 오늘은 영성체 시간에 불렀던 특송곡, *‘나를 사랑한다면’*이 내내 마음속을 울렸다. “베드로야, 나를 사랑하느냐?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느냐?
네가 진정 나를 사랑한다면 내 양들을 돌보아라. 내가 너를 사랑하였듯이, 진정으로 나를 사랑한다면 내 양들을 돌보아라.”이 노래는 단순한 찬양이 아니었다. 마치 주님께서 나에게 직접 물으시는 것만 같았다.
"나를 사랑하느냐?"
나는 ‘네’라고 대답했지만, 그 대답에 걸맞은 삶을 살고 있는지는 자신이 없었다. 그 찬양을 되새기며 마음속 깊은 곳이 찔리는 듯했다. 결국 망설이던 전화를 걸었다. 마음에 걸렸던 사람에게 먼저 안부를 물었다. 마음은 조심스러웠지만, 통화를 마치고 나니 이상하게도 편안해졌다.
십자가를 지고 우리를 위해 걸어가신 예수님처럼, 나도 내 작은 자존심쯤은 내려놓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카페에서 자매들과 나눈 대화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따뜻한 온기였다. 오랜 벗처럼, 가족처럼, 우리는 마음을 나눴다. 그렇게 하루가 흐르는 동안, 나는 오늘 불렀던 그 특송을 마음속으로 반복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방에서 프린트해 둔 노래 가사를 꺼내어 다시 읽었다. 노랫말 하나하나가 오늘 하루를 다시 정리해 주는 듯했다. 올해 육순과 칠순을 맞이한 두 사람. 그 소중한 사람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저 예쁜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작은 배경에 담아 선물로 드리는 것. 하지만 그마저도 감사함을 담아 전달할 수 있어 행복하다. 오늘 하루는, 정말 선물 같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