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처럼 흐른 하루
새한국문학관에서 점심을 먹고, 우리는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서 나누는 이야기들은 참 달달하고 고소하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답게, 인간적인 온기가 물씬 풍긴다. 그래서일까. 이곳에 한 번 오신 분들은 좀처럼 떠나지 않는다. 매주 시를 창작하는 부담으로 나가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은 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계속 함께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사람다운 만남에서 오는 따뜻함 때문일 것이다.
다른 모임에서는 자식 자랑이나 자기 자랑이 넘쳐 거부감을 느끼고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새한국문학관에 모이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한 주간의 피곤함을 토요일 문학관에서 풀어내며 자신의 응어리진 마음을 나누고, 공유함으로써 무언가 채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힘을 얻고, 기운도 얻는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수다처럼 나눈 뒤, 네 명은 정학규 선생님의 차를 타고 서달산 자락길로 향했다. “서울에 살면서 이런 곳도 안 와봤어?”라는 핀잔을 들으며, 서울 하늘 아래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늘 같은 방향, 같은 사람, 같은 속도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 말은 참 뼈아프게 다가왔다.
나름 서울 둘레길도 완주했지만, 이렇게 속속들이 찾아보지 못한 게으름을 나무라며 처음으로 서달산 자락길을 올랐다. 시인이자 수필가이신 정학규 선생님의 뒤를 졸졸졸 네 명의 여인들이 따라갔다.
역사 공부를 하며 해설사처럼 전해 듣는 정보도 많았다. 서울 야경으로 유명한 달마공원을 지나 달마사 절에도 들어가 보았다. 그 절에는 동굴이 있었는데, 돌로 된 바닥이 참으로 시원했다. 촛불이 밝혀진 소림굴 뒤편에서는 낙숫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테크길로 잘 조성되어 있고, 가로등 불빛 덕분에 늦은 밤에도 산책과 운동이 가능하다니 아시아에서 가장 살기 좋은 송파라는 말이 은근슬쩍 부러움으로 다가왔다.나리꽃을 따다가 손톱에 물들인다는 말을 듣고 한 번 해봤더니 정말 손톱에 물이 들었다. 봉숭아 물들이기만 있는 줄 알았는데 나리꽃으로도 물든다니 참 신기했다.
책으로 배우지 못한 것은 사람을 통해 배우듯,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삶의 깊이가 달라진다는 걸 새삼 느꼈다.달마사 절에는 연꽃을 화분처럼 장식해 놓았는데 그 또한 참 멋져 보였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배우고 느끼는 시간도 좋았지만, 무더운 여름을 잠시 산속에서 피할 수 있었다는 점이 무척 감사하게 느껴졌다.
서달산 주변 곳곳을 구경하며 보고, 느끼고,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갔다.시를 좋아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의 만남은 이런 곳에서도 창의적인 생각을 자극한다. 아름다운 서울의 풍경을 바라보며 새한국문학관에서 만난 사람들과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듯한 친밀함을 느꼈다.연꽃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여심을 사진에 담고, 곳곳의 풍경 속에 문학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참으로 아름답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