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쏟아지고 나를 마주하다
창밖에는 지금도 비가 내리고 있다. 그제부터 억수같이 퍼붓다가, 잠시 멈추고, 다시 또 쏟아진다. 어제는 비가 많이 온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큰 우산을 챙겨 나섰다.
그런데 가방 안에는 다이소에서 산 작은 양산 겸 우산이 들어 있었다. 왜 그걸 넣어뒀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 순간 조금 당황스러웠다.
기도회 봉사자들과 점심 약속이 있어 본당 만남의 방으로 향했다. 그때만 해도 비는 오지 않았다. ‘괜히 큰 우산을 들고 나왔나… 하는 후회가 들었다. 들고 다니기엔 조금 무거웠기 때문이다.
기도회의 유일한 40대 남성 봉사자인 라우렌시오 씨는 성당에 차를 두고 걸어서 약속 장소로 간다고 했다. 지하주차장에 가서 우산을 가져오겠다고 하기에, 내가 들고 있던 큰 우산을 건넸다.
그는 “우산 없어도 괜찮으세요?” 하고 물었고, 나는 가방 속 작은 우산이 있으니 괜찮다고 답했다.
그렇게 홈수키로 향했다. 그때는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날씨가 맑았고 라우렌시오 씨가 큰 우산을 들고 가는 게 미안할 정도였다.
40일간의 산티아고 순례를 마친 기념으로, 기도회 봉사자들에게 거하게 대접한 자리였다. 조가비 은목걸이까지 선물로 주셨는데 그분은 형제자매처럼 돈 쓰는 걸 아까워하지 않는 분이다. 기도회의 부회장이기도 하다.
값진 식사를 마치고 일터로 향하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무사인 라우렌시오 씨도 함께 나섰다. 밖으로 나가보니,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있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만약 귀찮다고 큰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면, 둘 중 한 명은 우산 없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겠구나. 우산을 써도 옷과 신발은 다 젖었다. 그 순간, 비가 얼마나 얄미운지 욕이 나올 뻔했다.
쨍쨍 내리쬐는 날씨엔 비 한줄기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그렇게 비가 내리니 또 불평을 하게 된다. 날씨가 변덕스럽듯, 내 마음도 변덕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