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시드림 May 20. 2024

내가 덕질을 하지 않는 이유 3.

사람 그렇게 쉽게 판단하는거 아니야.

우리는 수 많은 배우들을 만나고 그들의 단편을 본다. 매체 속에서 보여지는 연예인의 매우 멋진 보습은 그저 연기와 캐릭터를 소화하는 그들의 모습이지 실제의 본체 자체가 그렇지는 않다.

 

가끔 지인들이 “나는 그 사람이 진짜 나쁜 사람인 것 같아서 싫더라. 관상이 그래. 실제로도 싸가지는 없을 것 같아” 하는 말이 제일 듣기 싫다. 그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겪지도 못한 이가 그저 생긴 것이 마음이 안든다며 얼평을 할 때면 마음 속에 뾰족한 무언가가 치고 올라온다.

 

“네가 그 배우를 만나봤어? 겪어봤어? 사람 그렇게 쉽게 판단하는거 아니야.”

 

이런 대화를 종종 하다보면 이내 분위기가 싸하게 식고 마는데도 나는 굳이 굳이 그 말을 한음절씩 끊어가며 그 배우에 대해 이야기해줘야 직성이 풀렸다. 그 사람은 보여지는 것 보다 훨씬 의리 있고, 냉정하긴 해도 사리분별을 할 줄 알며, 똑똑하고 모든 분야에 관심이 많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전해야 마음이 편해진다.

 

그러나 내가 애정하는 배우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는 만큼, 진절머리 난 누군가에 대해서는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한다. 땡볕에 얼굴과 손이 까맣게 타가며 하나라도 더 좋은 콘텐츠를 올리기 위해 노력할 때도 촬영장에 홍보팀이 오는 것이 싫다며 최선을 다해 인상을 구기던 배우도 있었고, 처음 대본리딩 현장에서 얼굴을 마주했는데도 반말지거리를 찍찍 하던, 나보다 세 살 어린 한류스타도 있었다. 커피 심부름에 이어 담배 심부름까지 해가며 눈물을 훔치던 때도 있었다. 그 중 몇 명은 엄마가 그 당시 참 좋아하던 배우였는데, 내 일화를 듣고 엄마는 바로 그의 ‘팬심’을 접으셨다.

 

 





나는 내가 함께 일하는 배우들과 늘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 믿는다. 때문에 우리에게는 늘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평소 만나고 싶던 배우를 만나서 호들갑 떠는 일도 없다. 지금까지 일하면서 내가 먼저 사진 요청을 했던 것은 최민식 선배님 뿐이었다.

 

나는 앞으로도 덕질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 사람일 모른다고 하지만, 최대한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감정이입해서 “너무 멋있어요! 너무 예뻐요! 진짜 팬이예요!” 하는 일은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그들을 어느 순간 실수할 수도, 기분이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수도 있는 일반적인 사람으로 대하면서 아티스트로서의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치로 끌어 올려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덕질을 하지 않는 이유다.


이전 07화 내가 덕질을 하지 않는 이유 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