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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드림 May 27. 2024

매일 밤, 카톡 지옥이 펼쳐진다!





매일 밤마다 카톡 지옥이 열렸다. 아니, 사실은 아침부터. 작품들이 밤에 방송을 하니까 다음 날 나갈 보도자료를 써놓고 컨펌을 보내면 내 상사는 그걸 늘 새벽까지 붙들고 컨펌을 해주지 않았다. 그런 날들이 주구장창 이어졌다.


자료 나가기 이틀 전에 컨펌을 받으려고 해도 릴리즈 직전까지 보지를 않고 있다가 새벽에 수정사항을 줬다. 그걸 수정해서 보내고 하기를 두어번 반복하면 이내 새벽 3-4시가 되었다. 저녁 미팅이 있는 날은 컨펌이 더 늦어졌다. 하루는 새벽 한시쯤 컨펌을 기다리다 잠이 들었는데, 카톡이 밀려 들어오는 소리에 잠이 깼다.


‘자니? 내가 글자료 컨펌을 안 했는데 잠이 와?’


소름 돋는 텍스트에 잠이 달아났다. 정신을 차려보니 시계는 새벽 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로 답을 하고 또 일어나서 정신을 차리고 새벽 업무에 집중했다. 그런 날이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졌다.


어느새 상사와의 사이는 삐그덕 거렸고 멀어져갔다. 나는 지쳤고 내가 지쳤음을 그도 알았을거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면 그는 그렇게 카톡으로 나를 달달 볶았다. 시쳇말로 ‘잡들이’를 그렇게 해댔다. 그래서 카톡이 울리면 심장부터 덜컥 내려 앉았다. 별 메시지가 아니어도 이상하게 카톡 소리가 싫었다.


차라리 얼굴을 보고 말을 하면 오해는 덜 쌓이겠다 싶었다. 실수 아닌 일들도 실수로 만들어버리는 상사 덕분에 자존감이 바닥으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해외 출장이라고 하면 부득부득 본인이 직접 가는 덕분에 시차에 맞춰서도 깨어 있어야 했다. 언제 카톡이 올지 모르니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잠드는 날도 많았다.


늘상 자리를 비우고 외부 미팅만 하는 그와 얼굴을 마주하며 스킨십 쌓을 일이 점점 줄었다. 그렇게 서로 오해는 쌓였고, 가족 같은 회사는 가’족’같은 홍보팀이 되어갔다. 배울 것이 많은 상사라고 생각했던 그는, 나중에는 그저 카톡으로 나를 괴롭히는 존재가 되었을 뿐이었다.


‘나중에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나에게 독하게 굴던 상사의 카톡 지옥을 겪으며 버티던 나는 나중에 어떤 상사가 되어야 할지를 체감하며 배웠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함께 일하는 데 필요한 것은 오해와 오해를 낳는 몇 줄의 텍스트가 아니라 대면해서 풀어가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도 여실히 배웠다.


그런데 나는 정말 좋은 상사, 좋은 대표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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