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신입사원을 왜 채용 안하려고 하는걸까?
두 달 남짓의 프로젝트를 맡아서 함께 일할 팀원이 필요했다. 경력직 멤버들은 이미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진 상태여서 인턴이나 수습으로 함께 할 친구들을 수소문했는데, 이 과정이 굉장히 힘든 것이다.
내로라 하는 연극영화과 교수님들께도 요청을 드려보고, 전에 출강 나갔던 직업전문학교에도 문의를 드렸다. 좋은 조건은 아닐지 몰라도 경력에 도움이 되는 좋은 자리인 것 같다고 욕심을 내셨던 선생님들이 며칠 뒤 들려준 대답은 한결같았다.
“요즘 애들 일이 그렇게 급하지도 않고, 열의도 없네”
"뫄뫄대표가 좋은 자리 소개한 건데... 이런 아이들이면 난 소개를 못할 것 같아"
짧지만 경력에는 분명 도움이 되는 자리였기에 그렇게 사람을 뽑는 것이 힘들줄은 몰랐던 나는 그 이유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적으로 교수님과 만난 자리에서 요즘 학생들의 분위기를 물어보니 돌아온 답이 더 놀라웠다.
“너무 좋은 자리여서 강력하게 추천했는데 학생이 재택근무가 가능한지를 물어보더라고. 아무리 그래도 사회생활을 안해본 친구가 그런 얘기를 하니까, 내 학생이지만 소개해주는 건 어렵겠다 싶어서 안되겠다고 했어”
아니, 인턴 정도의 롤을 맡으면서 재택근무를 어떻게 하겠다는거지?
나는 요즘 세대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취업전선에 뛰어 들고 있는지 궁금하다. 나는 마흔 줄에 들어와서 내 사업체를 꾸려가고 있는데도 여전히 치열하게 살고 있는데 20대 후배들은 어떤 부분에서 치열하게 사는지도 궁금했다. 세대간의 이견은 나이 차이만큼 커지고 깊어지는 것이라서 어떻게든 그들을 알고 싶었는데, 또 이해해보려하면 할수록 나는 '라떼'를 찾는 꼰대 같다.
출근 시간이 오전 10시인데 9시 58분에 출근하는 인턴을 보며 이해 안된다고 했더니 지각만 안하면 다행이라고 하는 얘기, 10시 3분에 사무실에 들어오면서 테이크 아웃 커피는 꼭 한잔씩 들고 온다는 신입 직원 얘기, 업무를 줄라 치면 ‘제가 그걸 왜 하죠?’라고 되묻는다는 사원 얘기, 회사 간부가 사무용품을 찾는데 턱짓으로 종이를 가리키며 ‘저기 있어요’라고 했다는 얘기. 아파서 출근을 못하겠다는 얘기를 무려 부모님을 통해 전달하는 것은 예사고 퇴사 하겠다는 말도 아버지가 인사팀에 대신 전화 했더라는 일은 나 같은 꼰대들의 술안주다.
어느 업계든 인력난은 더욱 심해지고 상사와 직원의 갈등은 심화되고, 장기 근속자는 찾기 어렵고 아이들은 입사와 동시에 퇴사를 꿈꾼다. 사회초년생들에게 너의 영혼을 갈아 일하라는 시대는 이미 지났고, 그들의 생각을 존중해줘야 하는 어른이 되었음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이것 한가지는 말하고 싶다. 나는 이제 20대를 채용하는 것이 겁난다. 어디까지 존중해줘야 할지, 어떻게 하면 내가 꼰대 소리를 안들을지가 겁나는 것이 아니다. 내가 1N년 넘게 일하면서 터득하고 깨달은 일의 노하우를 실컷 알려주고 나니, 자기가 생각한 엔터테인먼트사의 일은 이런 모습이 아니라고 떠나간 이들에게 내가 또 허무함을 느낄까봐. 그래서 그 다음에 진짜 좋은 직원을 만난 다음에도 그런 상처로 내가 알려줄 업계의 이야기들을 하지 않게 될까봐. 그냥 '같이 일하는 직원' 그 정도의 감정을 느끼며 아이들을 대하게 될까봐. 나는 아직, 나와 같이 성장하며 미래를 그릴 만큼 배울 준비가 된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내 살아온 인생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치열하게 배우고 성장하며 이 자리에 온 나는, 꿈과 환상을 가득 안고 뭐든 쉽게 생각하고 화려하게 생각해서 이 업계에 들어오려고 하는 아이들이 무섭다. 그리고 해보지 않고 편하게 집에서 내가 하는 일을 해보려고 하는 아이들의 무례함이 겁난다.
일할 사람이 아무리 없어도, 내가 신입들과 일하는 것을 꺼려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