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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드림 Jun 24. 2024

다들, 이기적으로 살길 바란다.

나는 누구에게도 상대가 원하지 않는 조언을 하지 않는 편이다. 어느 순간 조언이 아니라 잔소리가 될 수 있을 말은 나도 듣기 싫기 때문에.


그런데 최근에, 오랜 기간동안 알고 지냈던 20대 후반의 젊은 친구가 이제 이 일이 지쳐서 너무나 떠나고 싶은데도 쉽지 않게 버티고 있다는 것을 SNS로 알게 됐다. ‘떠나고 싶은데 내가 없으면 이 회사에 남은 일들은 어떻게 하나…’ 나도 어릴 때는 내가 없으면 업무 진행이 안될 것 눈에 뻔히 보이므로 사직의 의사를 마음 깊숙이에 넣어두며 내일은 말 해야지, 다음 달엔 꼭 말해야지 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어서 그 마음을 다 듣지 않더라도 너무나 그의 상황이 느껴졌다.


그저 ‘너무 힘들면 나를 찾아와서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한풀이라도 해라’ 말해줬는데, 정작 시간을 내려고 봐도 일단 내가 너무나 바쁜 것이다. 주말 내내 곧 있을 행사를 정리하다가 잠깐 짬이 나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의 상황은 내가 생각한 것과 별 다를 것이 없었다. 홍보팀 일을 혼자 다 하고 있고, 새로운 사람은 구해지지 않고, 퇴사 의사를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결국 하루 더, 이틀 더, 하며 힘들게 일하고 있다는 내용.


내 20대를 오롯이 그 아이가 겪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너가 없어도 그 회사는 굴러가. 새로운 사람을 못 뽑으면 대행사에 업무를 주는 방식도 있고, 지금 업계에 너희 회사에서 뽑으려는 경력직을 찾는 게 제일 어려워서 누가 지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쉽지 않을 거야.


그런데 그걸 인수인계까지 다 하고 나오려고 하는 니 맘도 나는 이해가 돼. 나는 어릴 때 다른 팀원들이 다 있었어도 내가 없으면 이 회사 굴러갈까 하는 오지랖을 너무 부렸거든... 있잖아, 다 굴러가더라. 내가 없어도. 어떻게든 적응하며 자기 할 일 하면서 사람 구해가면서 플랜 B, C를 만들면서 다들 해내.


지금 중요한 건, 내가 보기엔 너의 정신건강인 것 같아. 더 일을 하기 싫은 거. 엔터테인먼트 업계 지긋지긋하다, 다시 오고 싶지 않다. 하는 마음이면서 억지로 버티는 거. 그게 나중에 차곡히 쌓여서 나처럼 어느 순간 ‘증발하고 싶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는 때가 되면 번아웃보다 더 심한 게 와. 사람도 만나고 싶지가 않고... 근데 우리 일이 그렇잖아. 계속 누군가를 만나야되고, 표정관리를 해야 하고... 지나고 나서 보니 그때 내가 느꼈던 그 감정들이 심각한 우울증이었다고 하더라. 일을 쉬면서 상담이 필요한 때였는데... 그것도 모르고 나는 그냥 ‘존버 존버’ 하면서 버티기만 했어.


그런 마음으로 여기까지 와서 내 회사도 차리고 더 마음이 단단해 진 것도 맞아. 그리고 내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터득해서 이제 쉽게 마음의 스크레치가 생기지 않는 경지에 오른 것도 맞고.


그렇지만 각자의 선택은 각자가 하는 것이지 '나는 잘 버텨서 여기까지 왔으니까 너도 나보면서 더 해라, 더 버텨라, 그러면 여기까지 올 수 있다!' 할 수 없어. 여기까지가 한계다 싶으면 네 스스로 나오는 거야. 회사 눈치도 보지 말고, 배우들 생각도 하지 말고 내가 버리고 나온다. 나부터 살리자는 마음으로 떠나는 거야.


회사에 사람을 뽑을 시간을 충분히 줬고, 네 의사를 확실히 밝혔는데도 붙잡고 있는 거면, 제대로 한 번 더 기한을 주고 나는 이 시기까지 밖에 못 버티겠다고 다시 못을 박고 떠나. 떠나도 괜찮아. 네 마음이, 네 정신이 울부짖는데도 모른 척 하지마. 이기적으로 생각해. 그때만큼은 그래도 괜찮아. 너한테 이런 말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대표님, 누구도 저한테 이런 얘기해준 사람이 없었어요. 그동안. 저한테 정말 꼭 필요한 말이 었어요. 감사합니다”



통화음 넘어 아이의 울컥하는 마음이 들려, 나도 살짝 울먹했다.


버티는 것은 중요하다. 어느 업계든, 채용이 조각난 사람을 내 사람으로 들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갉아먹으면서까지 3년, 4년 참고 있으라고 하고 싶진 않다. ‘일단 나부터 챙겨야지’는 남 생각 없이 혼자 이기적으로만 살라는 말이 아니다. 이타적인 삶을 살려면 내 몸과 정신의 밸런스가 제대로 갖추어졌는가를 짚어보는 것이 먼저라는 뜻이다.


다들, 이기적으로 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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