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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드림 Jun 03. 2024

무엇이 나를 꼰대로 만들었나

나는 꼰대다. 인정한다. 꼰대인데 꼰대가 아닌 척, MZ세대들의 마음을 백 번 다 이해하는 척하고 싶지 않다. 버텨야 살아 남을 수 있는 직장생활에서 나름대로 잘 버텼고, 위기가 왔을 때 피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본능적으로 누군가를 이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는데, 누구나 그렇듯 상황이라는 것은 나를 이겨야 하는 상황으로 데려다 놨다. 사람과 사람이 모이는 곳이니 어느 단체가 그러하듯 경쟁과 시기 질투도 이어졌고, 갈등도 혼재했다. 


그래서 더욱 멘탈을 잘 잡아야 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내 밥그릇 빼앗기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면서 나는 살아남는법, 버티는법, 꼰대가 되는 법을 배웠다. 


직원을 채용하는데 입김을 낼 수 있는 입장이 빨리 되다보니, 나는 내가 드럽게 깐깐한 사람이라는 것을 자연적으로 알았다. 자신감 없어보이는 사람도 싫었고, 내가 밟아온 야근과 주말 근무를 꺼려하는 직원도 싫었다. 가끔 무경력의 지인들이 내 일을 보며 동경하고 입사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면 내 일이 만만해보이나 싶어서 “직장 상사로 나같은 사람을 3개월 이상 버틸 수 있겠느냐”하며 만만치 않은 사람임을 강조했다. 


존버하라고 하면 꼰대같은가? 그렇다면 나는 꼰대가 맞다. 


하루는 친한 후배가 같은 회사 부장을 욕하며 ‘하는 일 없이 무능하다’고 표현한 적이 있었는데 웬만하면 함께 맞장구를 쳐줄 법했던 상황에서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의 인생을 통틀어 본적이 있는가’


드라마에 나오는 무능한 부장님의 모습이 우리 상사의 모습과 똑같이 닮아서 느꼈던 현타들이 다들 있을 것이다. 분명 서로간의 업무 역량도 차이가 날 것이고, 쥐꼬리 같아도 나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으며 더 높은 자리에 있는데 업력은 별것 없어 보이는 사람도 존재할 터다. 


그런데 그날 나는 후배에게 그렇게 얘기했다. 


“그 사람이 그 자리까지 어떻게 버티면서 올라갔는지,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버티고 있는지, 네 나이때의 그 사람이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줬는지, 그가 자신의 밑바탕을 어떻게 닦으면서 살았는지 모르면 그 사람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자. 이유가 있겠지. 그 자리를 준 사람도,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도”


내가 꼰대 같은가? 나도 알고 있다. 나는 꼰대가 맞다. 나는 여전히 직장 생활은 1프로의 재능과 99프로의 버팀으로 이어간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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