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language

by 너이

처음 네 눈을 마주한 순간 잉크 펜이 혹 나를 종이로 착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일정하지 않은 잉크가 나를 수없이 두드렸다. 나는 고작 맨 종이 따위가 되어 저항할 틈도 없이 잉크를 흡수했다. 균일하지도 썩 부드럽지도 않은 잉크 펜은 단 한 곳의 여백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대담하게 저돌했다. 순식간에 새까맣게 채워진 나는 한 치의 의심도 가질 수 없었다. 마치 나는 사랑에 빠지는 어리석음을 반복하려 너를 만난 것이 아닌가 하는 멍청한 생각을 했으니, 먼 훗날 네가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그렇다면 도망가는 나를 잡아채 안아주었으면도 한다. 지금껏 단 한 번이지만 너의 품에 안겼을 때 나는 나의 모든 뼈마디 마디가 저릿하고 살가죽은 그대로 뼈에 붙어 네가 저릿한 진동을 눈치챌까 노심초사했었다. 너의 감각이 나의 떨림에는 미치지 못하여 다행이었다.

이쪽에서의 마음이 큰 주제에 감히 바라건대 네가 나의 사랑의 절반 정도는 모방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는 그만으로도 너를 얼싸안고 사랑을 퍼부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너의 언어가 궁금하다. 네가 나를 사랑할 때면 어김없이 들통나고 마는 언어를 알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네 언어를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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