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수행 간 시간이 많을때 놀지마라.(21화)
군생활을 하다보면, 각종 훈련에 참석하거나 교육을 받는 시간이 많다. 이 시간을 그냥 허송세월 보내기엔 너무나 아깝다. 자투리 시간을 어떻게, 무엇을 하면서 보내면 좋을까?
일단, 이 시간에 나의 개인공부를 할 수도 있겠지만, 남들 다 훈련을 하고 있는데 일반서적을 펼쳐서 공부를 하는 행위는 욕먹기 딱 좋은 행동이다. 그렇다고 신문을 펼쳐서 신문을 본다? 국방일보 정도면 이해를 하겠지만, 경제신문이라던지 영어신문이라던지 보다가는 뒷통수에 무엇인가 날아올 수도 있다.
아쒸 그럼 도대체 무엇을 하라는겁니까?
무엇을 하라는 것이냐면, 군대 공부를 하라는 것이다.
일반 교범, 상급부대 참고자료, 지침, 공문 등 군대에 필요한 공부를 해라. 그 시간에 그걸 본다고 뭐라할 사람 아무도 없다. '아~훈련 준비때문에 저런것을 참고하는 구나.'하고 생각하지, '이자식이 왜 이시간에 저런걸 보고있냐.' 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고참 대위쯤 되면, BCTP나 연합연습이나 대부대 훈련등에 많은 참석을 하게될텐데, 겪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은근히 시간이 길고, 지루한 시간이 많다. 이 시간에 뭘 할것인가? 당연히 대부대 훈련을 하는장소는 핸드폰 반입이 금지된 지휘통제실급 이상의 군사통제구역이고, 다들 따닥따닥 붙어서 전장망을 운용하고 있다. 그런 환경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것은 그 훈련상황속에 몰입해서 나의 병과 공부를 해보는것이다.
보병 이라면 보병공부를, 포병이라면 포병공부를, 기행병과라면 기행병과 공부를 하면된다. 단, 그 상황에 몰입해서, 그 상황과 연계해서 하는것이 좋다. 그래야 안까먹으니까.
이런 습관이 초급장교때부터 길들여져 있으면, 상급부대가 무슨 업무를 하는지 호기심도 많아지게 되고, 군대 자체에 대해 궁금함이 생기게 된다. 당연히 궁금하고 호기심이 많아지게 되면 그것에 대해 검색도 해보고, 알아보려고 노력을 하게 되어있다.
만약 이런 습관을 가지고 있는 초급장교 A와 훈련 간 용사들과 농담따먹기나 하며 시간 보낸 B와의 격차는 군생활간 얼마나 벌어질까? 당장 중위 끝나고 고군반을 가서도 상당한 차이가 날것이다. 고군반 끝나고, 소령들어갈때는? 엄청난 차이가 나 있을 것이다.
요즘 군대에서 유행하는 단어로 선순환이라는 단어가 딱 이런 사례를 보고 말하는 것이다. 사실 난 별 생각없이 시간이 남아서 교범도 보고, 상급부대 훈련에 몰입해서 내 병과에서의 내 임무를 잘하기 위해 공부한것밖에 없는데, 이런 작은 노력들이 고군반 1등을 만들어주고, 개념있는 장교라는 칭찬도 듣게해줄줄이야.
나도 처음엔 전역할 마음만 있었기 때문에, 1차중대장때 까지만 하더라도, 용사들과 훈련나가서 밥만들어먹고, 농담따먹기 하고, 같이 훈련 파견온 또래들과 선배들 험담이나 하고 그랬었다. 그러다가, 조금씩 그 시간이 지겨워지고, 용사들과의 나이 차이도 점점 나기 시작하면서 재미가 없어졌다. 그래서 뒤늦게라도 내 병과에 대해 난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면서 교범을 펼쳐보았고, 훈련에 몰입해봤다. 난 참 우물안 개구리였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병사들앞에서 가오나 잡을 줄 알았지, 실제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햇병아리였다. 뒤늦게 후회를 했기때문에, 이 글을 보고있는 어떤 한명의 초급장교는 그러지 않았으면 해서 글을 쓴다.
장교들은 양성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언제까지? 딱 소위 임관할때까지. 그 이후는 초군반, 고군반, 육대라는 교육과정이 있긴하지만, 길어봐야 6개월 내지 1년이다. 임관후에는 스스로를 군사적 천재, 군사 전문가로 만들어가야한다. 물론 군사적 천재는 한 해에 많아봐야 1,2명 밖에 되지 않지만, 그래도 걔네들 뒤꽁무니라도 쫓아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해야한다. 그래야 중령은 달거 아니겠는가?
내 스스로를 믿지마라. 난 내 병과에 대해, 군대에 대해 잘안다고 착각하지마라. 나는 우물안 개구리일 뿐이다. 진짜 병신같은 고참이 있어도, 그 고참의 군생활짬은 거저 먹은것이 아니다. 짬똥먹이라고 용사들 사이에 쓰는 은어가 있다. 풀어쓰면 '짬밥을 똥구멍으로 처먹었냐?'라는 말이고, 의미는 웬만큼 짬밥 먹은 상/병장급들이 똑바로 일처리 못할때 사용하기도 한다. 짬똥먹인 고참이더라도 분명히 나보다 많이 알고, 많이 겪었다. 그 사람을 무시하기 전에 나는 얼마나 무지한가에 대해 현실을 즉시해라.
이만큼 입아프게 말했으면, 훈련 뛰다 남는시간엔 교범이라도 한장 펼쳐보겠지요?